관악 캠퍼스 후문으로 올라오는 길 양 옆의 가로수가 그래도 정문보다는 덜 삭막하게 우리를 맞아준다. 지난 20여 년간 캠퍼스 여기저기에 각기 다른 모습과 크기로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후문 쪽마저도 이제 빈 공간이 없어 보인다.

 

기숙사, 대학원생 생활관, 연구공원, 국제관에 이르기까지 어떤 용도로 어떤 규모로 세워지고 언제 공사가 완공되는지와 같은 시설 경영ㆍ관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까지도 대단한 규모에 놀라고 공사에 따른 소음, 분진, 교통체증이 일으키는 불편함에 짜증도 난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서울대는 3개 캠퍼스에 397개 동, 건물연면적 93만9807㎡의 규모다. 이 중 관악 캠퍼스에만 20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건축계획이 기정되어 있는 수십 개 동의 부지 외에는 남는 부지가 없다고 한다. 그 동안 나름의 계획적ㆍ체계적 건축활동을 수행했으리라 추정하나 그 궁극 목표인 일터에서의 지적 생산성 추구에 얼마나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기여를 하였는지 의문이다.

 

현행 캠퍼스 시설은 지적 생산성을 높이지 못해…
시설을 종합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 관리 수단이 필요

 

대학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력양성(교육), 학문 발전(연구), 사회봉사 (사회 구성체)를 그 존재 목표로 삼는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대학 캠퍼스는 구성원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에는 공간, 시설, 설비, 기자재 및 각종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ㆍ유지ㆍ관리하는 일이 포함된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대학은 교육과 연구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강의실, 실험실습실, 교수연구실, 행정실 및 각종 부대시설을 적정 수준 이상 확보하여 항상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강의실은 강좌의 교육내용을 효과적으로 교수ㆍ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고, 다양해지는 교수 학습방법을 지원하기 위한 체제가 되어 있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의 등장으로 기존의 강의실 위주의 교육방식이 바뀌고 있다.

 

또한 종합학술정보망을 통해 교육 및 연구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캠퍼스 어디에서나 신속히 열람ㆍ입수ㆍ공유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캠퍼스는 환경친화적이어야 하면서도 구성원과 방문객의 안전과 재난방지를 위한 설비를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도서관, 공작실, 기기센터 등을 확보ㆍ관리하여야 한다. 더불어 편의ㆍ복지 시설인 기숙사, 학생회관, 의료지원시설 등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지식기반ㆍ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웹 기반 학사관리 및 행정업무 시스템을 확보, 대학 구성원에게 적시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와 시설은 최근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직은 변화하고 재편된다. 이에 시설도 따라 가야 한다. 따라서 시설 관리ㆍ경영의 본질은 경영 시설을 제5의 자원으로서 중시하고 이것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경영관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에 있다.

 

필자는 공원에 출근하여 최적의 시설에서 근무함을 뽐내고 싶다.

 

안중호  경영대 교수ㆍ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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