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세상의 짜릿한 자극제

오락성을 지나치게 중시해 빛을 바랜 장르문학인 추리소설은 대중성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추리소설의 재평가를 위해 『대학신문』은 추리소설의 고전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그 문학적 가치를 확인하는 4회의 연재기획을 준비했다. 

◆왜 추리소설인가?=흔히 사람들은 추리 소설을 재미 위주로만 생각해 그 문학적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추리소설에도 문학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한다. 추리문학 평론가 장경현씨는 “추리소설의 한 갈래인 ‘퍼즐미스터리’에는 단순히 범죄를 소재로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범죄를 복잡한 수수께끼 속에 감추고 이를 탐정의 추리력으로 해결하는 정교하고 내부 구조가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추리소설은 인간 내면에 있는 근본적인 악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역할도 한다. 권석만 교수(심리학과)는 “독자는 범죄자의 모습을 통해 내면에 잠재한 범죄욕망을 대리만족하다가도 범죄자가 처벌받는 장면을 보며 범죄심리를 가라앉힐 수 있다”고 말했다.

◆퍼즐미스터리의 등장=최초의 추리소설은 1841년 앨런 포가 발표한 『모르그가(街)의 살인사건』이다. 이를 기점으로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등의 작품을 퍼즐미스터리로 분류한다. 뒤에 등장하는 ‘하드보일드형’ 추리소설과 구분하기 위함이다.

퍼즐미스터리에는 대개 ‘안락의자형 탐정’이 등장한다. 소설가 백효씨는 “이 유형의 탐정은 사건 현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사건을 간접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자에 앉아 신문기사나 다른 보조인물의 진술 등을 토대로 간접 추리를 하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었다. 『모르그가(街)의 살인사건』에서 탐정 ‘오귀스트 뒤팽’이 사건에 관한 신문기사를 분석해 범인을 추리하는 장면은 안락의자형 탐정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 장경현씨는 “이 유형의 탐정들은 귀족 계급이기 때문에 경관이나 형사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셜록 홈스와 에르큘 포와로=오귀스트 뒤팽은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에게 영향을 미쳐 ‘셜록 홈스’와 ‘에르큘 포와로’를 탄생시켰다. 백효씨는 “셜록 홈스는 현장에 뛰어들기도 해 엄밀히 말하면 퍼즐미스터리의 탐정으로 볼 수 없으나 크게 분류하면 이 유형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조수인 ‘와트슨’과 ‘헤이스팅스’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다. 이들은 의사와 군인장교로 사회의 엘리트 계층에 속하지만 홈스와 포와로의 옆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다. 조수의 ‘평범함’은 탐정의 ‘비범함’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독자는 그들을 보며 뛰어난 탐정에게 느끼는 ‘심적 위화감’을 덜기도 한다.

셜록 홈스와 에르큘 포와로의 뛰어난 추리력은 확실히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독자는 그 비현실성에 더욱 열광한다. 홈스가 와트슨에게 “진부한 범죄, 진부한 삶, 지상에서 진부한 것을 빼면 아무것도 없네”라고 한탄했던 것처럼 현실의 지루함은 독자들에게 비현실적인 자극제를 원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