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편찬의 새로운 지평 열어

135명의 학자가 12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달 『새한불사전』을 발간했다. 한국불어불문학회(학회)의 ‘새한불사전 편찬위원회’(위원회)가 편찬한 사전은 총 7만7천여개의 표제어와 10만여개의 용례를 담았다.

사전 편찬의 실무를 맡은 박만규 교수(아주대ㆍ불어불문학과)는 “‘휴대폰’, ‘줄기세포’ 등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면서 한국어가 많이 변했다”며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해 개정 차원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사전을 편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전 편찬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학자들이 모든 편찬과정을 꼼꼼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전 편찬과는 달리 홍재성 교수(불어불문학과)와 이병근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 등 30여명의 학자가 ‘한국어 사전 작성위원회’를 구성해 우리말 사전을 별도로 만들었다. 이 작업은 표제어를 선정한 후 각 표제어의 품사, 숙어 등 구체적인 정보를 작성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새한불사전』의 큰 특징은 연어(連語)와 용례(用例)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연어란 ‘영향을 끼치다’에서 ‘영향’과 ‘끼치다’처럼 선호되는 둘 이상의 어휘결합을 뜻한다. ‘질문’이란 단어를 찾으면 ‘질문을 던지다’, ‘질문이 쏟아지다’ 등의 연어를 불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알다’라는 단어를 찾으면 ‘알다가도 모를 일’, ‘알아서 모시다’ 등의 구어문도 볼 수 있다. 홍재성 교수는 “한국어-외국어사전은 독자들이 주로 작문을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전만 보고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우리말 사전을 프랑스어로 대역 집필하는 과정에는 전성기 교수(고려대ㆍ불어불문학과) 등의 프랑스어전공학자와 프랑스, 캐나다 현지의 사전 전문 학자들이 참여했다. 또 프랑스어와 국어 두 언어에 정통한 학자들이 참여해 한국 문화와 프랑스 문화를 동시에 반영했다. 한국 고유의 문화용어인 떡과 같은 단어는 ‘tteok’이라고 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싣고 ‘쌀 등의 곡식 가루를 반죽해 증기로 찐 다음 절구로 쳐서 만든 파이’라고 프랑스어로 풀이했다.

교열과 교정 역시 위원회가 다섯 차례의 작업을 거쳐 번역의 일관성을 확보했으며 모든 과정을 직접 컴퓨터로 전산화해 사전의 수정과 활용이 쉽다. 사전학과 언어과학을 도입하는 등 대규모의 학계인력을 동원한 『새한불사전』은 짜깁기와 베끼기가 난무하는 한외사전 편찬에 모범적인 원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