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죽어서 씨앗이 되고, 씨앗이 떨어져 나무가 되듯이.”

신입생 시절, 김나영씨(불어교육과ㆍ06)는 낯선 이에게 붙잡혀 윤회에 관한 철학강좌(?)를 30분이나 들어야 했다. 학교 선배라며 접근한 사람을 냉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기숙사에서 낙성대까지 따라왔어요.” 안용주씨(사회대 기초과정ㆍ07)는 기숙사 등록을 위해 행정실에 왔다가 사회대 선배라며 함께 성경공부를 하자는 사람을 만나 곤욕을 치렀다. 안씨는 그를 떼어놓고자 버스를 탔는데 버스까지 함께 타고 따라왔다고 한다. 결국 안씨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서야 끈질긴 전도 요구가 끝났다.

종교인의 접근은 서울대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일부 종교인들의 전도행위가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기독학생회 A씨는 “전도하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강압적인 전도 방식은 오히려 종교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해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님들이 추천하시는 대학영어 필수교재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B씨는 학교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영어교재 외판원의 말을 믿고 교재를 덜컥 구매했다. 2006학년도 신입생이었던 B씨는 “교수님 추천이라는 말에 교재에 신뢰가 갔다”고 했지만 “며칠 뒤 집에 도착한 영어교재는 출판된 지 오래된 재고 같아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김정옥 부장은 “물품을 잘못 구매했더라도 계약한 지 14일 이내에 서면으로 청약철회 요청을 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며 “물건을 살 때 사업자 주소와 연락처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내기에게 접근하는 종교인이나 외판원들은 ‘선배’, ‘서울대 교수’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새내기들은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자부심이 크고 아직 학교 생활에 익숙치 않아 ‘서울대, 선배, 교수’ 등의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선홍씨(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ㆍ04)는 “입학할 때에는 대학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인간관계에 대한 욕심도 많아 선배라며 접근하는 사람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며 “강압적으로 전도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춘 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신입생들은 제대로 된 소비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서울대 교수’와 같은 권위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며 “적절한 소비교육을 통해 주체적인 소비관념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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