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인문대 교수ㆍ중어중문학과)

최근 인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상반된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한편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인문학이 융성할 시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문학의 위기는 제도권 인문학자의 위기일 뿐, 소득 증대에 따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문학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상반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흔히 말해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을 피하려는 경향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이공계의 우수한 학생이 의학대학원에 진학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고 인문계의 많은 학생들이 고시 열풍에 휩싸여 있다고 근심하는 소리도 들린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인문학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하니, 이는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일인 듯하다.

또한 최근 미국의 하버드대에서 핵심교양을 개편하면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전공만으로 구성된 하버드대 학부생의 경우 5%만이 졸업 후 자기 전공의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또 53%의 학생은 학부를 마친 후 경영, 의학, 법률 관련 전문대학원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자료를 보면 고시 열풍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고시는 권력과 경제적 풍요를 대변한다. 그런 권력과 부의 추구를 전체 졸업생의 반 이상이 전문대학원을 택하는 하버드대에서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생의 5%만이 졸업 후 자기 전공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하버드대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많은 학생이 대학원 진학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권력과 경제적 풍요를 꿈꾸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있던 일이다. 그러나 인문대학과 인문학 교육은 한 사회의 전 구성원이 교양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질과 능력을 배양한다는 측면에서 당장 눈앞의 이익을 떠나 국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동시에 인문학 종사자들 역시 자기 분야의 전공자만을 교육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해 눈을 감고 여전히 전문성만을 강조하는 자세는 매우 편협한 주장이며 다양성의 추구를 그 특징으로 하는 인문학과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문계 학생들의 고시 열풍에 대해서도 그렇게 한탄만 할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먼저 그들에게 인문학이 진정 가치 있는 분야라는 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 그들에게 어떻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 우리 사회에 공헌하도록 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인문학이 주로 다루는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로 미래 사회 창조성의 핵심이라고 할 때, 인문학이 가는 길은 결국 우리 대학 사회, 우리나라가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면 인문학의 미래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 역시 밝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