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폐·휴간의 원인과 전망

지난 2월 도서출판 열림원은 계간 『문학·판』의 무기한 휴간을 결정했다. 앞선 2005년에는 계간 『당대비평』이 잠정 휴간에 들어갔고, 계간 『동서문학』도 창간 35년 만에 종간을 맞았다. 이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계간지들이 폐·휴간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계간지는 ‘출판사의 얼굴’이라고 불릴 만큼 상징적인 매체다. 『창작과비평(창비)』 염종선 편집장은 “계간지의 의의는 출판사의 이념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사회·문화적 담론 생산 ▲작가·학자 등 필진과의 지속적인 연계 ▲단행본 소재 마련 역시 계간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러한 상징성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계간지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출판사에 안기고 있다. 수지를 맞추려면 매 호당 2500~3000부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해야 하지만, 대다수 계간지 판매량은 1000부 안팎에 그치는 실정이다. 『역사 비평(역비)』 편집부 정윤경 팀장은 “창비를 제외한 나머지 출판사들은 다소간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계간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이 없지는 않다.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문예지 판매량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학술진흥재단은 학술지 발행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 사정은 여전히 열악하다. 휴간된 『문학·판』의 편집위원이었던 장경렬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문예위의 지원을 받았지만 휴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정부 지원의 한계를 지적했다. 

결국 계간지의 향방은 충분한 독자층 확보에 달렸다. 이를 위해 계간지 관계자들은 기존 독자층 유지 및 신규 독자층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신규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20·30대를 겨냥한 혁신이 필요하다. 작년 11월 복간된 인문학 계간지 『비평』의 임윤희 팀장은 “기존의 대담 형식에서 벗어나 1인 심층 인터뷰를 도입하고, 서평 및 문학평을 강화해 젊은 독자들의 시선을 끌 계획”이라며 형식 변화를 예고했다. 창비 염종선 편집장은 “젊은 독자층에 맞춰 쉽고 부드러운 글의 비중을 늘릴 생각이지만, 어느 정도 늘릴지 고민”이라며 고충을 내비쳤다. 

계간지 특유의 심도 깊은 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역비 정윤경 팀장은 “쉽고 부드러운 잡지가 유일한 대안은 아닐 것”이라며 “역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성숙하고 깊이 있는 방향성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장경렬 교수는 “문예평론지 『현대 비평과 이론』이 휴간 2년 만인 2005년에 복간된 것은 그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 독자들의 지원 덕분”이라며 “다른 잡지와의 차별성을 살리고 깊이를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존의 계간지들이 ‘변화냐, 특화냐’를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최근 『지식의지평』, 『시와문화』 등 새로운 학술·문예지들도 선을 보이고 있다. 깊이와 대중성 사이에서 이들이 어떤 타개책을 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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