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국제대학원 교수)

FTA, 수입 경쟁 활성화로 국내 산업경쟁력 성장
   비교열위 부문 수입도 당연해

최근 우리 정부는 급변하는 세계통상질서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FTA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미 칠레, 싱가포르, EFTA와 FTA를 체결하였고 이제 한·미FTA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한·미FTA에 관해 넓은 이견과 논란을 보이고 있는데, FTA 체결의 득실을 이해하려면 이하의 몇 가지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선진국과 시장개방의 중요성이다. 우리 경제성장의 토대이던 제조업부문에서 개발도상국-특히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을 신장하고 미진한 서비스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의 시장개방을 통해 경쟁활성화를 유도하고 선진기술을 가진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 및 사회 각 부문에 더욱 광범위하게 글로벌기준을 도입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의 산업과 인력들에게 비효율적인 부분을  부담지우지 말아야 한다. 한편, 이미 대폭 개방되어 있는 선진국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 국가와의 FTA협상에는 국내시장 개방에 따르는 상당수준의 성장통(成長痛)이 수반된다.

둘째, 수출입시장 확대에 대한 균형적인 고려다. FTA협상-보다 일반적으로 시장개방협상-에서는 대개 수출시장 확대 여부가 최우선적인 관심사가 된다. 물론 수출증가는 국내 생산 및 고용증가로 이어지고 소득확대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증가가 환율인상 및 인플레이션 문제 등 거시경제적 부작용을 촉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문의 수입증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토록 수출을 증가하고자 하는 이유가 우리에게 필요한 다른 중요한 재화 및 서비스를 얻기 위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FTA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는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지는 분야에서의 수출가능성 신장 정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부문에서의 수입가능성 여부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다. 다시 말해 우리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뿐만 아니라 우리 소비자들 및 소비기업들에 발생하는 혜택도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   

셋째, 통상협상의 구조적 함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통상협상에서 필요한 부문의 수입증가는 비교우위 부문의 수출증가만큼 중요한 문제임에도 통상협상이 개시되면 성격을 불문하고 가급적 우리시장을 보호하는, 즉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 협상목표로 설정되거나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로서 한·미FTA협상에서의 서비스 시장개방 문제가 단적인 예다. 예를 들어 유수 교육기관과 각종 협력·제휴 프로그램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경제특구지역내에 정평있는 교육기관을 유치하려고 갖은 지원조치를 동원하여 노력하는 마당에, 정작 최고의 교육서비스시장을 갖춘 미국과의 FTA협상에서 아예 사전에 교육서비스개방 문제가 배제된 것은 협상의 성과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통상협상의 성과는 수출시장 확대뿐 아니라 수입경쟁 활성화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비교열위 부문의 경제재원을 비교우위 부문으로 이전하는 구조조정 촉진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이 명확히 인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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