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정부는 ‘국립대학법인의설립·운영에관한특별법’의 입법을 예고하며 2010년까지 서울대를 포함한 5개 대학의 법인화 강행 의사를 표명했다. 실제 발표된 법안에는 대학예산의 지원형태를 ‘품목별 지원이 아닌 출연금으로 전환’하는 조항과 ‘국립대학법인은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적시되어 있다. 이는 국가 재정 지원의 축소와 대학재정을 독립채산제로 전환해 국립대도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자율적 경쟁체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법인화된 국·공립대는 정부지원이 아닌 등록금 인상으로 기초재정을 확보하고, 수익사업이 대학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실제 돈벌이가 되는 학문만 육성해 등록금 인상과 기초학문의 고사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기초학문 육성 프로그램을 시행한다지만 정부의 간섭과 공공성의 의무에서 자유로운 학교법인이 재원확보에 도움이 안 되는 기초학문을 육성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벌일 학교법인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 제고와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 누구를 위한 자율성이며 경쟁력인지는 재고해 봐야 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부담률을 보면 OECD 국가 평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3%로 3분의 1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비싼 등록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원의 축소를 의미하는 법인화는 학생이 배제된 학교법인의 성장·발전만을 의미할 뿐이며 자율성은 고등교육의 공공적 책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국립대 법인화가 추진된다면 대학의 공공성 확보와 대학과 학문의 균형적 발전 등이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가운데 지금의 상태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말 것이다. ‘국립대학법인의설립·운영에관한특별법’은 원천적으로 재고되어야 하며, 고등교육에 대한 민간부담률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갑주 지리학과·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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