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날개가 너무 당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사실을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새삼, 너에겐 눈코입이 있구나, 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날개를 모르고 있었다. 더불어 그 자신이 날 수 있다는 사실도. 사용하지 않은 날개는 점차 힘이 없어지는 듯했고, 그런 적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활짝 펼쳐져 있어야 할 날개는 점차 옷 속으로 감춰질 만큼 작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녀를 많이도 사랑했던 나는 그녀가 날개 달린 천사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어느 맑은 오후,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에겐 날개가 있다고. 너는, 천사라고.

그러자 그녀의 날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날개를 보며 감탄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 여지껏 볼 수 없었던 환한 웃음이 내려앉았다. 새하얀 깃털로 덮인 날개의 끝엔 마치 햇빛이 그대로 금가루가 되어 떨어지는 듯했고 나는 그것이 눈물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너무 투명한, 새하얀 날개의 끝. 그녀는 날개를 펼친 채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날개 끝의 금가루가 내 눈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난 그녀가 행복해 하고 있다는 사실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날개가 펼쳐진 그녀는 더욱 아름다웠고 그 사실은 나를 더 환히 웃음 짓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더 오래 웃을 수 없었다.

자신이 천사임을 자각한 그녀는 계속 하늘로 날아올랐고 두려움을 느낀 나는 그녀를 향해 쉼 없이 손을 흔들며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너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 내 곁에 있어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녀는 이미 하늘 높이 올라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제야 나는 내 눈으로 쏟아진 날개 끝의 금가루가 내 눈물임을 깨달았고, 왜 사람들이 그녀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날개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천사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죄. 그러나 나는 나의 무지를 원망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녀는 이미 자신의 날개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떨리는 가슴을 긁어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든 건 일상으로 돌아왔고, 사람들은 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날개가 있는 사람은 없어. 나는 고개를 숙이고 보이지 않을 정도만큼만 고개를 내저었다. 철없던 나 자신을 향해야 했을 원망은 천사임을 깨닫게 해준 나를 떠나간, 그녀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떠나간 그 천사를 저주했다.

*

그리고 몇 달 뒤. 나를 사랑한다던 사람이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날개를 활짝 펼쳤다. 눈물을 흘리며 나를 붙잡으려던 사람을 떠나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날아가면서도 나는 내 날개가 천사의 날개인지, 악마의 날개인지 알 길이 없었다.

윤병용 국어국문학과·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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