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학과 도서관이 발달n서울대와 같은 열람실 개방 문제는 없어

▲바이에른 주립 도서관(좌)과 괴팅엔대 고문헌학 과도서관 ©

괴팅엔대에서 문헌학을 공부하고 있는 안재원씨는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주로 과도서관을 찾는다. 웬만한 책들은 과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띄엄띄엄 펼쳐진 캠퍼스의 성격상 중앙도서관은 자전거를 타고 10여 분을 가야할 만큼 멀고, 필요한 책들이 모여 있는 과도서관에 비해 책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교수들이 과도서관에서 연구하는 모습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과도서관뿐 아니라 막스플랑크나 헬름홀츠 재단의 연구소들도 각기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재정비한 도서 검색 프로그램으로 어디서 검색하든지 독일 전역의 대학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찾을 수 있다. 검색 결과 다른 대학 도서관에 있는 책이 필요하면 사서에게 부탁을 하면 된다. 그쪽 도서관과 협의 후 책을 복사해서 보내주거나 원본 책을 대여해 주는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전세계에서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책들 꼭 한권 씩은 독일 어느 곳엔가 구비돼 있다. 독일 학술재단에서 전국의 도서관마다 특정한 분야를 지정해 이 분야의 책들을 구입하는 데 지원하기 때문이다. 뮌헨에 있는 바이에른 주립 도서관의 경우, 동유럽과 음악학에 관련한 모든 자료를 모으고, 오래된 필사본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이 외에도 괴팅엔대 도서관에서는 알타이어학에 관련한 자료를, 쾰른대 의학 도서관에는 의학에 관련한 도서를 모으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각 도서관은 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도서들을 비교적 체게적으로 모을 수 있고 독일 전체적으로는 필요한 책들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괴팅엔대에서 사서 일을 하고 있는 이희우씨는 “특화된 도서구입과 도서관간 대여 시스템의 발달이 독일 도서관의 큰 두 특징”이라며, “알타이어 관련 도서를 모으면서 한국학 관련 서적 10만여 권을 모았다”라고 이야기한다.

 


사서의 역할이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 장서가  800만권이 넘는 바이에른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이 600여 명에 달하는 데, 이 중 약 50명 정도가 전문사서이다. 이들은 도서관학을 전공했거나 다른 학문을 전공한 후 직업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희우씨는 “사서들은 자기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의 책들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학문 동향을 파악해서 연구자들이나 학생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어야 한다”며 연구자로서 사서의 중요성을 말했다. 균형잡힌 장서의 선정의 임무도 사서의 업무이다.
독일의 도서관은 대학, 주립, 시립 도서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소속에 관계없이 도서관의 예산의 대부분은 국가가 충당한다. 바이에른 주립도서관의 경우 주정부에서 지급하는 1070만 유로와 학술재단에서 지급하는 200만 유로가 주요한 수입원이다. 각 도서관들은 다른 대학의 연구원은 물론이고, 누구든지 열람과 대여가 가능하도록 개방돼 있다. 바이에른 주립 도서관은 뮌헨대 도서관과 가까이 있으며, 주립도서관이기는 하나 65%정도의 이용자가 대학생들이다. 또 뮌헨대 도서관과 도서카드와 복사카드를 공유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상황에 따라 편리한 도서관을 이용하면 된다. 

 


최근 서울대에서 제기된 열람실 부족 문제는 거의 없다. 일단 학생들이 열람실을 이용하는 비율이 우리에 비해 낮다.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보다 집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기간이라고 해도 밤을 새서 공부하거나 하는 일은 드물다. 도서관은 보통 6시정도가 되면 문을 닫아버리며, 열람실만을 따로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게다가 각 학부마다 도서관이 따로 있고, 주립, 시립 도서관이 발달해 있어 대학 도서관이 모든 주민들에게 개방돼 있어도 자리가 모자라거나 하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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