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의 내부는 어떤 구조로 돼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여성 종사자가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알기 위해 업소를 직접 다녀왔다.

기자는 이전에 녹두거리에서 받은 스포츠마사지 업소의 쿠폰을 꺼냈다. 쿠폰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 “예약을 하겠다”고 하자 업소 주인은 바로 “혹시 원하시는 아가씨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업소는 신림9동 치안센터에서 50미터 가량 떨어져  있었다. 예약 시간은 오후 10시. 9시 55분에 업소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는 일반 노래방 업소의 로비와 비슷했으나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또 한 개의 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 문만 잠겨 있으면 경찰도 단속하기 어려울 듯했다.

마사지 비용을 지불하니 주인이 문을 열어줬다. 좁은 복도가 나왔고 주인은 기자를 1번 마사지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가운을 주며 샤워를 하라고 했다. 샤워실로 가는 도중 업소의 내부를 둘러보니 대기실이 1개, 여성 종사자(종사자) 방이 1개, 그리고 마사지 방이 8개였다. 종사자 방 앞에는 3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샤워를 하고 마사지 방으로 들어가니 방 중앙에는 커다란 수건이 덮인 침대가 놓여 있었고 로션 몇 가지와 화장지가 있었다. 방 안은 로션과 화장지가 겨우 구분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웠다. 벨을 누르자 민소매 티에 짧은 치마를 입은 종사자 A씨가 들어왔다. 기자는 침대에 엎드린 채로 마사지를 받았다.

5분도 채 안 된 것 같았다. A씨가 기자의 가운을 벗기고 애무를 시도했다. 기자가 “오늘은 피곤하니까 마사지만 해주세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무안한 듯 마사지를 계속했다. 다시 시작한 마사지도 5분을 넘기지 않았다. 총 50분 중 마사지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였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기자는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다. “여기 오기 전에는 무슨 일 했어요?” “단란주점에 있었어요.” “학교는 안 다녔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알바 삼아 했어요.” “왜 이 가게에 들어오게 됐어요?” “쉽게 돈을 벌 수 있어서요.” “이 일은 쉽게 그만둘 수 있나요?” “원래 5명 있었는데 2명 그만뒀어요.” “그럼 마음대로 그만 둘 수 있는 건가요?” “……”

50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녀가 받는 돈은 기자가 지불한 6만원의 절반인 3만원. 그녀는 하루에 3~4명의 손님을 상대해 십만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정해진 50분이 지나자 벨이 울렸고 그녀는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다. 옷을 갈아입고 복도를 나오자 문이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주인이 문을 열어줬다. 기자가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오자 주인은 기자에게 굽실대며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기자가 어색하게 웃자 “다음에는 친구들도 데려오십시오”라며 명함을 줬다.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마신 녹두의 공기는 예전과 달랐다. ‘서비스’를 구매한 기자와 서비스를 제공한 A씨, 그리고 우리를 중개한 업소 주인. 우리는 서로 잘 몰랐지만 모두 녹두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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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손이나 입을 이용한 유사성(교)행위를 제공하는 업소도 성매매 업소'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유사성행위 업소도 성매매 업소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받게 됐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스포츠마사지,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의 형태로 들어서기 시작한 신ㆍ변종 성매매 업소. 이런 성매매 업소가 신림동 고시촌에도 판치고 있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신림동 고시촌을 병들게 하고 있는 유사성행위 업소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신림동 고시촌, 이젠 마사지촌?

건전한 대학문화 설 곳에 퇴폐적 성문화 창궐
적발돼도 처벌 가벼워 금새 다시 영업

                                                                                                                              송성환 기자 scv1030@snu.ac.kr

○○스포츠클리닉, △△남성전용마사지, □□스킨케어…. 요즘 신림동 고시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들이다. 이 일대에 스포츠마사지, 남성전용마사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선 대부분의 업소는 다름 아닌 유사성행위 업소(업소)다.

   
◆신림동 고시촌에선 이미 ‘일반화’=신림9동 치안센터를 기준으로 반경 500미터 내를 조사한 결과 업소가 모두 13개나 있었다. 주로 대형고시원이 모여있는 ‘태학관법정연구원’ 인근에 밀집해 있었다. 또 신림9동 치안센터 주위에서도 2개의 업소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신림9동 동사무소 인근에도 2개의 업소가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간판 없이 인터넷과 전화만으로 영업하는 업소도 있기 때문에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업소들은 이제 존재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고시원과 식당, PC방 등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건물에도 버젓이 업소의 간판이 걸려 있으며, 사법고시 대비 전문 서점이 있는 건물에도 업소가 있다. 매일 저녁 무렵 업소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을 녹두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다.

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한 학생은 “전세를 내서 술자리의 ‘2차’장소로 이용할 만큼 고시생에게 많이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운영되나=대부분 업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입구에는 CCTV가 설치돼 있으며 경찰이 들이닥쳐도 도망갈 수 있게끔 이중문 구조로 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기실에서 이른바 ‘실장’이 안쪽의 문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업소도 상당수다.

업소 내 여성 종사자의 실태를 알기 위해 구직을 가장해 업주와 접촉했다. 취재 결과 한 업소의 여성 종사자 수는 평균 3명이며 한 종사자가 하루 밤새 받는 이용자의 수는 9~10명 정도다. 이용자 한 명이 지불하는 금액은 업주와 여성 종사자가 절반씩 나눠 가지며 ‘단골’ 이용자가 종사자를 지명할 경우 종사자는 일정금액을 더 받는다.

업소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에 한 업주는 “한 달에 6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며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유인했다. 하지만 ‘성매매없는세상, 이룸’ 상담소 심동원 소장은 “업주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절대 안 된다”며 “여성 종사자 대부분이 이런 유혹에 넘어가 큰 곤란을 겪는다”고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늘었을까=스포츠마사지 업종은 숙박업종이나 단란ㆍ유흥주점과 달리 국세청에 사업자신고만 하면 개업할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해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가장한 변종 성매매 업소가 전국 곳곳에 쉽게 들어설 수 있었다. 여성가족부 박현숙 권익기획팀장은 “스포츠마사지 업종은 허가 대상 업종이 아니어서 현재 전국적인 실태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ㆍ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당시 관악구는 전국에서 독신남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신림동 고시촌 일대는 고시생과 대학생, 인근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인구 밀집지역이다.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박지현 경장은 “관악구 내에 있는 업소들은 대부분 독신남성의 비율이 높은 점을 노리고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온다”며 “단속을 아무리 해도 수익이 높기 때문에 영업을 그만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적발해야 성매매 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며 “적발을 해도 처벌이 무겁지 않아 대부분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신림9동 주민들은 대학가가 퇴폐문화에 물드는 것을 우려했다. 인근 상가의 한 주민은 “건전한 대학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대학가에 퇴폐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며 “난립하는 퇴폐업소 때문에 주변 환경이 저질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현아 교수(법학부)도 “서울대 캠퍼스 문화의 척박하고도 상업화된,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법조계[]정부에 진출할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고시촌에 성매매 업소가 존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유사성행위‘는’ 괜찮다고?

 

스스로 범죄 주체가 돼 타인의 성 착취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남성중심적 성의식 개선과 여성 고용 안정화 절실

 

조병휘 기자 kurenai@snu.ac.kr

 

유사성행위 업소(업소)를 이용한 서울대 학생 A씨는 “유사성행위를 하는 데에는 죄책감이 없다”고 말했다. 유사성행위는 여성이 큰 피해를 당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성매매는 인신매매를 통해 강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가장한 업소의 주인은 자신에게 여성 종사자를 구속할 힘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말이지만 만약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해 이뤄지는 성매매라면 정당한 것일까.

성매매 피해여성을 위한 ‘성매매없는세상, 이룸’ 상담소 심동원 소장은 “성매매로 인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여성을 소비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이상 성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착취행위이기 때문에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주들은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여성들을 성매매 업계로 끌어들이고 나서 여러 명목으로 빚을 지게 한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여성들의 자발적 동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종사자들은 업주들에게 선불금이란 형태로 빚을 지게 되고 그 빚은 지각비 30만원, 결석비 50만원 등 온갖 명목의 빚이 더해져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요즘 여성 종사자들은 물리적으로 구속되기보다 ‘빚’이라는 경제적 형태로 구속되고 있다.

성매매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2004년 9월 23일부터 시행 중인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에 의해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와 성구매자는 처벌을 받게 된다. 성매매특별법이 생기기 이전의 ‘윤락행위등방지법’에서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훈방조치에 그쳤던 것보다 1년 이하 징역, 3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더  무거워졌다.

정미례 대표는 “전과 기록 등으로 자신의 장래를 망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성매매 문제를 볼 것이 아니라, 성매매는 스스로 범죄 주체가 돼 다른 사람의 성을 착취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성행위 역시 성병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A씨는 “유사성행위로는 성병이 옮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며 성병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신림동에 위치한 ㄱ업소의 주인도 “유사성행위는 직접적인 성교행위가 없어서 성병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수웅 교수(의학과 비뇨기과학교실)는 “임질이나 에이즈는 구강성교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유사성행위를 근절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양현아 교수(법학부)는 "우리사회의 성매매는 하나의 산업, 경제정책, 국가개발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성매매 특별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미례 대표는 “법뿐만 아니라 도덕과 규범, 의식, 문화 등 모든 것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남성중심적인 성문화 등을 버리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현아 교수는 “성매매 업소를 없애려면 노동 시장에서의 여성차별을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여성 고용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재수첩] 늦은 밤, 고시촌의 삼중주

 

송성환 기자 scv1030@snu.ac.kr

 

“지금 가면 바로 받을 수 있나요?” “오셔서 씻고 홀에서 20분 정도 기다리시면 됩니다.”  “이 시간대엔 원래 그런가요?” “예. 예약손님이 많아서 조금 기다리셔야 합니다.”

평일 새벽 1시경. 취재를 위해 고시생을 가장해 유사성행위 업소 몇 군데에 전화를 해 봤다. 하지만 곧바로 ‘서비스’ 받는 것은 어려웠다. 밤 11시경부터 새벽 4시까지는 소위 ‘황금시간대’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유사성행위 업소는 마치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듯한 모습이다.

“제가 처음이라서 그런데요. 단속 뜨면 어떻게 되죠?” “오늘은 낌새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낌새를 어떻게 알아요?” “아시겠지만 이런 일을 하려면 단속 정보는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고 꺼낸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 업소가 ‘걱정없다’고 안심시키는 데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했다. 심지어 한 업소는 “단속 정보는 경찰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강모 형사는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느냐”라고 반문했다.

“저같은 고시생들도 많이 오나요?” “네. 80%는 선생님 같은 고시생입니다. 사법고시 보는 학생도 오고 변호사도 오고 다양합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시생뿐만 아니라 장차 이런 업소를 단속해야 할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도 이들 업소 ‘고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지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말하는 그들. 그들이 법복 혹은 제복을 입고 법과 정의를 논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입구에서 전화주세요.”

대부분 업소는 이중문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지만 몇몇 업소는 입구부터 문을 잠가놨다. 예약 손님만 받아서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윤락업소를 적발하려면 성매매를 한 증거인 콘돔이나 휴지가 발견돼야 하는데 CCTV에 이중문, 뒷문까지 확보해 둔 상황에서 이들 업소를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단속받아도 별 피해 없습니다.”

스포츠마사지 업종은 개업하기 위해 구청에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서 유사성행위 업소를 적발한다고 해도 영업정지나 폐쇄, 등록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적발된 유사성행위 업소는 대개 적발된 지 얼마 안 돼 재개업한다고 한다.

타락의 온상이 된 신림동 고시촌. 퇴폐해져 가는 대학가의 모습은 업주의 천박한 물신주의, 이용자의 윤리의식 부재, 그리고 다양해지는 산업형 성매매를 따라잡지 못하는 허술한 규정이 만든 완벽한 삼중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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