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대학문화 설 곳에 퇴폐적 성문화 창궐
적발돼도 처벌 가벼워 금새 다시 영업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손이나 입을 이용한 유사성(교)행위를 제공하는 업소도 성매매 업소'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유사성행위 업소도 성매매 업소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받게 됐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스포츠마사지,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의 형태로 들어서기 시작한 신ㆍ변종 성매매 업소. 이런 성매매 업소가 신림동 고시촌에도 판치고 있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신림동 고시촌을 병들게 하고 있는 유사성행위 업소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스포츠클리닉, △△남성전용마사지, □□스킨케어…. 요즘 신림동 고시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들이다. 이 일대에 스포츠마사지, 남성전용마사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선 대부분의 업소는 다름 아닌 유사성행위 업소(업소)다.

◆신림동 고시촌에선 이미 ‘일반화’=신림9동 치안센터를 기준으로 반경 500미터 내를 조사한 결과 업소가 모두 13개나 있었다. 주로 대형고시원이 모여있는 ‘태학관법정연구원’ 인근에 밀집해 있었다. 또 신림9동 치안센터 주위에서도 2개의 업소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신림9동 동사무소 인근에도 2개의 업소가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간판 없이 인터넷과 전화만으로 영업하는 업소도 있기 때문에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업소들은 이제 존재를 숨기려 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고시원과 식당, PC방 등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건물에도 버젓이 업소의 간판이 걸려 있으며, 사법고시 대비 전문 서점이 있는 건물에도 업소가 있다. 매일 저녁 무렵 업소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을 녹두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을 정도다.

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한 학생은 “전세를 내서 술자리의 ‘2차’장소로 이용할 만큼 고시생에게 많이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운영되나=대부분 업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입구에는 CCTV가 설치돼 있으며 경찰이 들이닥쳐도 도망갈 수 있게끔 이중문 구조로 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대기실에서 이른바 ‘실장’이 안쪽의 문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업소도 상당수다.

업소 내 여성 종사자의 실태를 알기 위해 구직을 가장해 업주와 접촉했다. 취재 결과 한 업소의 여성 종사자 수는 평균 3명이며 한 종사자가 하루 밤새 받는 이용자의 수는 9~10명 정도다. 이용자 한 명이 지불하는 금액은 업주와 여성 종사자가 절반씩 나눠 가지며 ‘단골’ 이용자가 종사자를 지명할 경우 종사자는 일정금액을 더 받는다.

업소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에 한 업주는 “한 달에 6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며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유인했다. 하지만 ‘성매매없는세상, 이룸’ 상담소 심동원 소장은 “업주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절대 안 된다”며 “여성 종사자 대부분이 이런 유혹에 넘어가 큰 곤란을 겪는다”고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늘었을까=스포츠마사지 업종은 숙박업종이나 단란[]유흥주점과 달리 국세청에 사업자신고만 하면 개업할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해 스포츠마사지 업소를 가장한 변종 성매매 업소가 전국 곳곳에 쉽게 들어설 수 있었다. 여성가족부 박현숙 권익기획팀장은 “스포츠마사지 업종은 허가 대상 업종이 아니어서 현재 전국적인 실태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당시 관악구는 전국에서 독신남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신림동 고시촌 일대는 고시생과 대학생, 인근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인구 밀집지역이다.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박지현 경장은 “관악구 내에 있는 업소들은 대부분 독신남성의 비율이 높은 점을 노리고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온다”며 “단속을 아무리 해도 수익이 높기 때문에 영업을 그만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적발해야 성매매 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며 “적발을 해도 처벌이 무겁지 않아 대부분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신림9동 주민들은 대학가가 퇴폐문화에 물드는 것을 우려했다. 인근 상가의 한 주민은 “건전한 대학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대학가에 퇴폐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며 “난립하는 퇴폐업소 때문에 주변 환경이 저질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현아 교수(법학부)도 “서울대 캠퍼스 문화의 척박하고도 상업화된,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법조계[]정부에 진출할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고시촌에 성매매 업소가 존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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