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구소 집담회 소개

시몬느 드 보부아르, 베티 프리단…. 페미니즘 고전 저자들과 시대를 초월한 대화가 시작됐다. 여성연구소는 고전을 통해 ‘위대한 여성들과의 지적(知的) 대화’를 나누는 집담회를 마련했다. 여성연구소 최은영 연구원은 “다양한 페미니즘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과거에 어렵게 구해 한 장 한 장 새겨 읽었던 고전들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며 “당대의 지성사적 배경 및 사회적 환경을 읽고 현재에서 저작을 다시 보는 의미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집담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선정한 책들에 대해 “훌륭한 고전이 많아 5회로 한정 짓는 것이 아쉬웠지만 페미니즘의 다양한 흐름을 짚어볼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고전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수) 열린 첫 집담회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다뤘다. 발표자 배은경 교수(사회학과)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 ‘제2물결’ 페미니즘의 흐름이 시작됐을 때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성전으로 읽히는 등 『제2의 성』은 현대 페미니즘의 이정표”라고 평했다.

보부아르는 이 책에서 실존주의 윤리학을 통해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는 여성들도 남성과 같이 실존하려는 열망이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남성은 주체가 되고 여성은 객체로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종이나 계급 간의 관계에서는 갈등의 당사자들이 서로 타자화함으로써 주체가 되지만, 남녀 관계에서는 여성이 일방적으로 남성에 의해 타자화되고, 여성들도 이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심각한 문제라고 봤다. 이에 대해 배은경 교수는 “나아가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남성을 타자로 볼 수 있는지, 사회 제도와 이데올로기가 이를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존주의는 정해진 인간의 본질은 없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이 실존을 만든다고 본다. 그러나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여성 고유의 생물학적 본질이 있다고 강변한다. 남성의 타자로서만 구별되는 여성이, 여성 자신으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생물학적으로나마 여성의 본질이 있다고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배 교수는 “보부아르는 그렇게 해야만 현실의 피억압자인 여성들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이라며 “집단적 여성운동을 통해 사회를 바꾸기도 하는 오늘과는 달리 여자가 남자에게 종속됐던 과거의 시대적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부아르는 여성들이 손쉽게 살고자 실존의 고뇌와 긴장을 피해 버린다며 여성들의 나태함과 노예근성, 더불어 ‘우리’ 여성의 연대하지 않는 속성을 비판했다. 하지만 배 교수는 “보부아르가 말하는 ‘우리’에는 ‘부르주아 여자’들만 해당된다”고 하는 한편 “여성들이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고 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여러 학부생을 포함해 30여 명이 모인 집담회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 짧은 토론을 끝으로 첫 시간을 마쳤다. 최은영 연구원은 “페미니즘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평소에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성적 차별 구조를 경험하며 막연하게 느낀 부분을 시원히 긁어줄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학부생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앞으로 네  차례 더 이어질 집담회에서도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과 같은 페미니즘 분야의 고전들을 읽고 토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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