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마니아들의 이야기

아날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아날로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 모습 그대로 또는 디지털과 만나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오늘의 아날로그를 이야기해본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삶 속에서 느끼게 되는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향수와 아날로그 제품만이 가지는 특별한 매력은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이 아날로그를 찾는 이유다.

지지직거리며 음악이 흘러나오는 턴테이블 위의 LP판은 대표적인 아날로그 제품이다. ‘옥션’에서 LP판을 판매하고 있는 조정제씨는 “1990년 전후 음악 매체가 CD로 바뀌면서 LP판 시장이 거의 없어졌지만 요즘은 LP판이 골동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시장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P판 마니아들은 단순히 옛것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LP판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다. 2천여 장의 LP판을 소장하고 있는 오찬익씨(물리ㆍ천문학부 박사과정 ㆍ04년 졸업)는 “록 음악은 LP판으로 들을 때에만 가슴을 쾅쾅치는 역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려고 LP판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천여 장의 LP판을 보유하고 있는 김형국 교수(환경계획학과)는 “LP판은 음악뿐만 아니라 음반에 담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날로그 제품들은 독특한 매력으로 마니아층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필름카메라는 렌즈, 필름 등에 따라 하나의 장면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LP판보다 더 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김지영씨(지리교육과ㆍ04)는 “깊은 색감을 내거나 장면을 색다르게 표현하는 필름카메라로 나만의 사진을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리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날로그 제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교보문보장 마케팅팀 정영은씨는 “자기가 꾸며 만든 단 하나의 물건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의 판매량이 2006년에 비해 27%나 늘었다”고 말했다. 황선형씨(디자인학부ㆍ05)는 “블로그에서 남이 쓴 글이나 그림을 스크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느껴, 내 진심을 담아 직접 그리거나 쓸 수 있는 종이 다이어리를 사용한다”고 말하며 몇 년 동안 꾸며온 다이어리를 꺼내 보였다.

서울대에 아날로그 무선전파 동아리도 있다. ‘리그’라는 기계로 주파수를 맞추고 신호를 보내 우연히 신호를 받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와 대화하는 무선전파는 영화 「동감」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회장 나성수씨(소비자아동학부ㆍ06)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오래된 리그 기계 앞에 앉아 상대와의 대화에만 집중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디지털이 ‘밥’이라면 아날로그는 ‘한 잔의 술’”이라며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아날로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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