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학에 눈뜨다

그리스 신화 중에 ‘암피트리온’ 이야기가 있다. 암피트리온은 테베의 왕이었는데, 그가 출전한 사이 제우스신이 그로 변해 부인 알크메네와 동침했다. 이에 제우스신의 아들인 헤라클레스와 암피트리온의 아들인 이피클레스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소설 『암피트리온』에 인간의 ‘속임수’와 ‘변신’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해주었다.
1차 세계대전 때부터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될 때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네 명의 화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옴니버스형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4개의 이야기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수시로 신분을 바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테마로 수렴된다. 

프랑스 문예지 『리르』가 선정한 세계 15대 작가 중 한 명인 이그나시오 빠디야는 기존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만연하던 마술적 리얼리즘의 탈피를 시도한 ‘크랙 그룹(Grupo del Crack)’의 일원으로, 『암피트리온』에서는 라틴아메리카가 아닌 곳을 배경으로 삼았으면서도 라틴아메리카의 정서를 훌륭히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소설에 자주 나오는 소재인 ‘체스게임’은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작가가 파놓은 함정을 피해 등장인물의 정체를 스스로 밝혀가는 지적 유희에 독자를 초대하는 기능을 한다. 낯설지만 신선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세계 속에서 빠디야와 짜릿한 ‘체스게임’ 한판 두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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