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유고슬라비아부터 베트남, 멕시코까지

『로큰롤 보이즈』, 미카엘 니에미, 낭기열라


“쾅! 천둥소리가 났다. 모든 피가 심장으로 몰려들어 붉은 덩어리로 뭉쳐졌다. Rock and Roll Music. 너무 좋아서 꿈만 같았다.”
1960년 스웨덴 북단에 사는 소년 ‘마티’와 ‘니일라’는 로큰롤 음악과의 충격적인 만남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한다.  『로큰롤 보이즈』는 지리적으로는 스웨덴에 속하면서도 ‘메엔키엘리’라는 핀란드 방언을 쓰고 경제·문화적으로 소외된 ‘파얄라’ 마을을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이다. 2000년에 출간된 이 책은 스웨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레자 배거(Reza Bagher) 감독이 영화로 각색하기도 했다.
이 책은 척박한 땅과 혹독한 기후 속에서 투박할 수밖에 없는 스웨덴 북단의 지역적 풍토를 보여준다. 할아버지의 생일날 “창문에 김이 서릴 만큼 슬픈” 핀란드 민요를 부르는 장면, 외삼촌 결혼식에서 힘 싸움을 하는 사람들, 상대방의 코딱지를 삼키는 행위로 친구가 되는 아이들 등 북유럽 ‘깡촌’의 이색 문화가 펼쳐진다.
시련의 역사와 정치적 이유로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지역에서 방황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성장에 대한 아름다운 시(詩)다. 여러 언어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마티와 니일라는 그들만의 비밀언어를 만들고, 로큰롤 음악에 빠지며 가슴에 별을 품는다. 작가는 마티가 보일러에 갇혔다가 탈출하는 장면을 한 여자의 자궁에서 성장하는 과정으로 묘사하는 등 성장의 단면들을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윤수진 기자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 바스코 포파, 문학동네 

“사람들은 말한다/술타나 우로시비치라는 이름의 마녀인 나의 할머니가/어떻게 암늑대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었는가를”(「암늑대의 그림자」 중에서)
이 시에서 화자의 할머니는 마녀이고, 암늑대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한다. 화자가 할머니로부터 늑대의 눈과 혀를 물려받았다고.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초현실주의 시인 바스코 포파의 시선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이 최근 출간됐다. 시인은 자신을 ‘늑대’라고 말하며 자신의 뿌리를 세르비아 부족신인 늑대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 늑대는 죽음의 힘과 투쟁을 벌이다 영원한 상처를 입는 ‘절름발이 늑대’다. 이 늑대는 작가의 근원인 동시에 죽음과 투쟁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징한다.
어느 민족에게나 있을 법한 설화적 모티브는 독특한 지역색을 띠면서도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다. 우리에게도 단군신화가 있어 우리를 곰의 후예라 상상할 수 있으니, 이 시인의 발상은 우리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바스코 포파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조금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그의 작품이 우리가 많이 접하지 못한 세르비아 문화를 소재로 할 뿐만 아니라 그의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이 한 사물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상자, 조약돌, 못’ 등의 소재들이 많은 작품을 거치면서 내포(內包)를 확대해간다.                                          

                                                                                                                                                       대학신문

 

『암피트리온』, 이그나시오 빠디야, 창비


그리스 신화 중에 ‘암피트리온’ 이야기가 있다. 암피트리온은 테베의 왕이었는데, 그가 출전한 사이 제우스신이 그로 변해 부인 알크메네와 동침했다. 이에 제우스신의 아들인 헤라클레스와 암피트리온의 아들인 이피클레스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소설 『암피트리온』에 인간의 ‘속임수’와 ‘변신’이라는 모티브를 제공해주었다.
1차 세계대전 때부터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될 때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네 명의 화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옴니버스형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4개의 이야기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수시로 신분을 바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테마로 수렴된다. 
프랑스 문예지 『리르』가 선정한 세계 15대 작가 중 한 명인 이그나시오 빠디야는 기존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만연하던 마술적 리얼리즘의 탈피를 시도한 ‘크랙 그룹(Grupo del Crack)’의 일원으로, 『암피트리온』에서는 라틴아메리카가 아닌 곳을 배경으로 삼았으면서도 라틴아메리카의 정서를 훌륭히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소설에 자주 나오는 소재인 ‘체스게임’은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작가가 파놓은 함정을 피해 등장인물의 정체를 스스로 밝혀가는 지적 유희에 독자를 초대하는 기능을 한다. 낯설지만 신선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세계 속에서 빠디야와 짜릿한 ‘체스게임’ 한판 두어보는 건 어떨까.
                                                                                                                                                       이승희 기자

 

『하얀 아오자이』, 응웬반봉, 동녘


1973년 발표된 『하얀 아오자이』는 베트남 혁명문학 선두에 있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1986년 ‘사이공의 흰옷’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됐다. 베트남 전쟁 직전 사이공을 무대로 한 베트남 학생운동은 1970~1980년대 한국 학생운동과 흡사해 출간 당시 운동권 학생들이 많이 읽었다.
배양수 교수(부산외대·베트남어과)는 한국의 젊은이에게 자신의 안위만 추구하는 것을 돌아보고 공동체를 생각할 계기를 주고자 지난해12월 이 책을 새로 출간했다. 배 교수는 소설의 실제 주인공 응웬티쩌우 여사를 직접 만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원작을 완역했다.
이 책은 베트남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적 작가 응웬반봉의 작품으로, 가난한 농촌 출신의 여고생이 교사가 되려는 소박한 꿈을 안고 살아가다 사회의 부조리와 국가의 운명에 눈뜨며 ‘의식화’되는 과정을 그린다. 길가에 버려진 수많은 고아, 체포, 총살 등의 사건은 그들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두 주인공 ‘프엉’과 ‘호앙’은 이런 사회에서 “더 높은 공동의 꿈을 가져야 한다”고 결심하고 학생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결국 체포되지만 온갖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프엉은 교도소에서도 “우리가 승리자였다. 전국의 동지들을 위해 조그만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혁명과 사랑과 우정이 함께 녹아있는 이 책은 혁명의 체험이 없는 오늘날 젊은세대에게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생각해보게 한다.                                          

                                                                                                                                                   윤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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