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경쟁과 효율성의 미덕을 찬양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비판적 지성의 공간이어야 할 대학까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가 3불정책을 가리켜 ‘대학의 발전을 막는 암초’라고 발언한 것은 대학도 경쟁과 효율의 논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3불정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3불정책 폐지로 대학의 자율성을 제고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일면만을 보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 요구하는 별도의 기준에 따라학생을 선발한다면, 우리는 극심한 사교육 열풍과 그에 따른 교육 불평등 심화와 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서울대가 3불정책이 ‘자율적인 학생선발을 막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대학이 성취하고자 하는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3불정책 때문이 아니다. 대학의 본분은 인재를 양성해내는 것이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는 이러한 대학의 본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3불 정책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적 안정성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사안이라 판단해 정부가 이를 고수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것이 마땅히 국가가 짊어져야 할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이 해야 할 일은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효율의 논리에 휩쓸려 그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분에 충실함으로써 사회가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성의 역할이고 책무다.

경쟁과 효율의 논리 속에 ‘평등’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는 현실은 냉혹하다. 그러나 어떤 사회도 사회 성원들에 대한 배려와 조정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3불정책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정부가 취할 수밖에 없는 고육책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부디 ‘겨레와 함께 미래로’를 외치고 있는 서울대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본분에 충실함으로써 겨레와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강영선 영어영문학과ㆍ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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