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넘어 젠더로

▲ © 양준명 기자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의 개척자’ 줄리엣 미첼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가 교양강좌 「여성과사회」 개설 20주년 특별강연 시리즈에 연사로 초청돼 15일(토) 강연했다. 『대학신문』은 그의 강연 내용과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 연구를 중심으로 이메일 대담을 마련했다.

 

●주요 연구 분야가 정신분석학인데, 어떻게 여성과 사회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게 됐는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10년 정도 영문학 관련 강의ㆍ출판 활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성(性)의 문제를 이해하고자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정신분석과 페미니즘』을 저술한 후 30대 들어 본격적으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성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나를 정신분석학으로 인도한 셈이다.

 

 


●초기 저서 『여성의 지위』(1973)가 여성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후 이론과 생각의 변화 과정이 궁금하다.

나의 이론과 생각의 바뀜을 변화보다는 발전으로 보고 싶다.

 

『여성의 지위』에 앞서 68년에는 「여성:가장 긴 혁명」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여성=가족’ 등식을 파헤치려 했다. 시체말로, 가족을 해체하려 했다. 그 논문 자체는 꽤 유명해져서 여러 나라에서 번역ㆍ출간됐지만, 주제가 가족이라는 점에 는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가 여성의 성별 역할이 친족체계 속의 여성의 위치와 동일시되어 완전히 내면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이 내면화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상체계로서 정신분석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정신분석과 페미니즘』(1974)을 필두로 성과 관련한 정신질환으로서의 히스테리를 다룬 『미친 남성들과 메두사: 히스테리의 교정 및 동기간 관계가 인간조건에 미치는 영향』(2000)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간 『동기간: 성과 폭력』(2003)에서 남녀 관계가 혈연이라는 종적 관계가 아닌 동기간과 같은 수평적인 ‘방계 관계’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의 요체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페미니즘에 어떤 요체가 있는 것 같진않다. 다만 양성관계라는 문제가 다각적인 접근을 요구하므로 여러 나라의 사정을 고려해 철학, 역사, 정신분석 등 다양한 학문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

 


●나는 전공이 사회학이라 「여성과 사회」수업에서도 여성학이나 페미니즘 자체보다는 양성 문제가 사회ㆍ문화적 요인에서 발생하고 여성 문제가 사회 문제라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당신도 「여성, 젠더 및 사회」 강좌를 개설ㆍ운영하고 있는데, 그 주된 내용과 강조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젠더 개념을 다학문적으로 보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젠더는 어느 분야에서든지 접근할 수 있고 그 분야 나름의 문제로 다룰 수 있는 하나의 분석적 범주로 간주하는 것이 특색이다.

 


●이번 강연에서 젠더 문제가 인구변동과 관련 있다는 흥미 있는 주장을 폈는데, 이 문제를 한 번 더 설명해 달라. 한국에서도 요즘 여성의 혼인기피, 만혼, 출산기피 등의 태도 변화가 인구문제로 연결되는 현상이 표면화하고 있다.

한 쌍의 부부가 자녀 2명을 생산하지 않는 ‘대체불능인구’로 인구 구조가 이행하는 현상은 여러 면에서 아주 중요한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성의 지위와 관련해서 보면, 종래에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었던 ‘여자’와 ‘어머니’의 분리를 초래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 현상은 현재 일반적인 추세이나 나라마다 매우 다양한 특색을 보인다.

 

 

●유익한 대화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주 흥미 있는 대화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에 대해서 많이 배우겠다.

 


대담: 이온죽 교수(국민윤리교육과)

정리: 정다원 기자

 

줄리엣 미첼(Juliet Mitcell)

1940년 뉴질랜드 출생. 옥스퍼드대 세인트앤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리즈대와 레딩대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60년대 후반부터 프로이트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극복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즘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급진주의 페미니즘과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주창했다.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이며 케임브리지대 학제적 젠더 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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