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균 경제학부·01

지금까지 총학생회 선거기간에 설치됐던 투표소는 총 몇 개일까? 관악 37개와 연건 5개, 총 42개가 정답이다. 워낙 학교가 넓고 단과대별로 흩어져 있어서 이렇게 많이 설치할 수밖에 없다. 그럼 투표소 관리 인력은 몇 명이 필요할까? 선거 시행세칙에 따르면 투표소 1개당 최소 2명의 관리위원이 투입되고 투표기간이 3일이니 연인원 252(42×2×3=252)명의 인력이 필요한 셈이다. 이것도 교대인력 없이 하루 종일 밖에서 투표소 곁을 지킨다는 가정 아래 계산된 최소 필요인력이다. 과연 이만한 인력확충과 충분한 준비로 투표소 42개가 설치되는가, 당연히 아니다.

흔히 대학생들의 개인주의·탈정치화를 낮은 투표율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선거가 운영되는 현장을 들여다보면 좀 더 기술적이고 직접적인 이유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 투표소가 절대적으로 적게 설치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총학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했던 2001년에도 인력 부족으로 투표소가 충분히 설치되지 못했고, 작년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 필요한 투표소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설치됐다. 게다가 그것도 점심때쯤 설치돼 일찌감치 회수된 것들이 많다고 하니 작년 투표율이 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는지 알 만하지 않은가. 

투표소 관리위원은 선관위가 각 선본으로부터 공정하게 할당한 인력을 지원받아 투입되는 것이 원칙인데, 많은 선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인력을 동원할 능력이 없는 선본도 있고, 자기 선본을 홍보하는 데는 열성이지만 공동의 책임인 투표소 관리에는 관심 없는 얌체선본도 있다. 출마 선본은 7개로 역대 최다였는데 관리인력은 모자라 투표소 설치율이 50% 남짓인 상황.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재선거에 출마한 7개의 선본 중 6곳이 재출마했고 후보 14명 중 9명이 그대로인데, 과연 이들은 선거 성사와 투표율 제고를 위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인력을 동원할 능력이 안 되든 책임감이 없든, 선거 운영에 제 몫을 다하지 않는 뻔뻔한 선본은 총학생회를 수권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 뿌리 깊은 서열화로 사회로부터 과잉관심을 받는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적은 ‘판돈’으로 ‘대박’을 노리는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이 아니다. 선본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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