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교수(사회학과)

전문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입학거부 당한 중국인
서울대는 낡은 학벌주의, 형식주의에서 벗어나야

 

작은 데서 큰 것을 봐라. 일상의 미세한 경험 안에 거대한 권력이 작용한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서울대 유학의 푸른 꿈을 접고만 어느 중국 여학생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그녀는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성의 평범한 가정 출신이다. 1997년부터 5년간 우한(武漢) 이공대 등 두 개의 전문대에서 재무관리와 재무회계를 전공했다. 그리고 3년 반 동안 베이징 삼성전자 서비스 관리본부에서 고객관리 평가, 기획과 함께 법인업무까지 다루면서 대리로 승진했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작년 1년간베이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삼성전자 한국인 사장을 통해서다. 사장은 그녀를 높게 평가했다. 책임의식이 강하고 업무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그녀는 서울 유학을 꿈꾸고 있었다. 한국어를 더 배우기 위해 회사를 퇴직하고 서울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사장은 아쉬워했지만 나는 기뻤다. 그녀의 빛나는 눈빛과 밝은 미소,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해가는 그 정신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서울대가 이런 중국 시골출신의 숨은 보배를 찾아내 교육해 중국의 무수한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고 한국을 알리는 차세대 지도자로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를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추천서를 썼다.

그러나 그녀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두 개의 전문대에서 5년간 공부했지만 4년제 대학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불안했다. 그래서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공부하면서 입학관리 부서와 수시로 접촉했고 서울대가 요구하는 보완 서류들을 다 제출했다. 서울대는 그녀의 원서를 접수했고 이제 남은 것은 그녀가 지원한 경영대의 판단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떨어졌다. 그 뒤 나는 잠시 서울에 들렀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떨어진 다음 무거운 걸음으로 본부에 갔을 때 이런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신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자격이 없다. 원서가 경영대로 넘어가지도 않았다.” 그녀는 꿈을 접어야 하는 절벽 같은 현실 앞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요지인즉 4년제 대학의 졸업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 학사편입도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아찔했다. 세상은 몹시도 빨리 변하는데. 우리는 낡은 학벌주의, 형식주의에 매여 있지 않는가! 5년의 유관 전공과 3년 반의 실무경험이라면 베이징대 경영학 석사과정에 진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학교 웹사이트에 공개한 응시조건 제1항을 보면 오히려 실무경험을 더 중시한다.   

아울러 고객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일찌감치 그녀의 원서가 젖혀진 상태이건만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그것도 그녀가 찾아갔을 때 비로소 그 사실을 알려주는 공급자 위주의 행정문화가 절망스러웠다.  

서울대가 과연 일류가 될 수 있을까? 혹자는 예산 타령을 하지만 낡은 의식구조, 관행, 고정관념을 뜯어고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서울대가 세계화에서 뒤진 것도 이와 관련된다. 여기 소개한 한 여성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안의 오만과 타성, 거품을 걷어내자고 말하고 싶다. 서울대 유학의 꿈을 접고만 그녀의 꿈을 되살리는 여유와 성찰, 유연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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