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경제학부·02, 선거관리위원장

“4월 13일, 영빈이가 사랑을 고백하는 날입니다.” 드디어 오늘이다.

이 날을 위해서 사흘째 집에 가지 못했다. 밤새 일한 병길이는 잠을 자고 있고, 종현이는 몸살이 났다. 준석이는 신고 받고 뛰어나갔고 여명이는 샤워만 하고 다시 오겠다며 기숙사로 향했다. 민지는 밤이면 밤마다 청테이프를 들고 도를 닦는다.


공동선본발족식에서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이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독선적인 활동을 펼치신다면 학생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가득 찬 지난 추운 겨울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선민의식을 버리고 서로 화합하며 학생들과 진정으로 소통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활기와 웃음이 가득한 관악의 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끝난 지금 여전히 관악의 봄은 쌀쌀하기만 하다.


나는 이번 선거관리위원회를 ‘드림팀’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힘든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재선거가 연장투표 마지막 날에 50%를 가까스로 넘긴 것과 비교해 보면, 학생회에 대한 인식이 무관심을 넘어 반감에 이르는 지금은 50대 총학이 들어서는 일을 ‘꿈’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원장이란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나는 좀처럼 주변 친구들에게 투표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대학생인 것처럼 낙인찍고 싶지 않아서다. 대신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겪은 이야기들을 해준다. 하루 종일 총학실을 지키고 있다 보면 여러 곳에서 전화를 받는다. 앰프를 빌리는 일이나 졸업사진 같은 일부터 조금은 심각한 주제의 이야기까지 전화를 거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그때마다 내가 들려주는 대답은 한결같다. “4월 20일 이후에 전화를 해 주시겠습니까? 그때에는 책임있는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총학생회가 있으나 없으나 우리의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총학생회가 구성된다고 해서 우리의 삶에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아니, 대단치는 않을지라도 학생회는 분명히 그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비록  우리를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총학생회는 우리가 겪는 소소한 불만족과, 개인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부당함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그런 혜택을 받기 위해 치러야하는 수고는 정말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투표소에 가서 마음에 드는 선본에 동그라미를 찍으면 된다. 그 대수롭지 않은 일을 계속해서 외면해 버린다면 어느 순간, 새터도 없고, 엠티도 없고, 선배도 없고, 후배도 없고, 동기들도 없고, 대학의 낭만조차 없는 ‘서울대 학원’에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 올해는 부디 나의 사랑고백이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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