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학회 국제학술회의 - 아시아의 도약과 미래: 지구, 지역, 국가적 의의와 함의

많은 학자가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라고 말한다. 아시아의 지속적인 발전과 통합을 위해 아시아 각국은 공동 논의의 장을 모색 중이다.  

한국정치학회와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지난 13일(금)과 14일 ‘아시아의 도약과 미래: 지구, 지역, 국가적 의의와 함의’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비전이 제시됐고 자유무역협정 등 아시아 국가의 현안문제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졌다.
한국정치학회장 양승함 교수(연세대·정치외교학과)는 “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세계질서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아시아는 이미 세계에서 정치·경제 및 안보의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부에서 김명섭 교수(연세대·정치외교학과)와 호레이스 호지스(Horace Hodges) 교수(경희대·국제학부)가 발표한 논문 「아시아가 문제일 때: 어떤 아시아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아시아를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의 ‘내륙아시아’와 일본, 중국 등의 ‘해양아시아’로 구분해 연구했다. 이들은 해양아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이 내륙아시아보다 10배 정도 높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해양-내륙아시아 간의 경제적 격차를 좁히고 두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 아시아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자들은 아시아의 문제점으로 ▲군비경쟁 ▲인구증가 ▲종교 간의 분쟁을 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는 범국가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관리할 국제기구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리차드 서트마이어(Richard P. Suttmeier) 교수(미국 오리건주립대·정치학과)는 아시아의 환경문제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환경문제에서 오는 손실이 경제성장으로 인한 이득보다 크다”며 “선경제 후환경이라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부 ‘세계 자본주의 확산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김석우 교수(서울시립대·국제관계학과)는 “한국은 다자무역주의를 추구하는 세계경제 상황 속에서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빠른 경제개발을 이뤘기 때문에 선진국들의 개방압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WTO 등 다자무역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 FTA 같은 지역주의 노선을 선택해 세계 자유무역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과의 협정을 통해 경제 분야 외에도 군사·정치 분야의 든든한 파트너를 얻었다”며 한·미FTA체결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이에 한·미FTA체결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가진 참석자들의 논의가 팽팽히 이어지기도 했다. 

이어 토문헝(Toh Mun Heng) 교수(싱가포르국립대·경영대학원)는 자전거 바퀴의 중심축과 바퀴살을 예로 들며 ‘수레바퀴형 이론(Hub-Spoke)’을 거론했다. 수레바퀴형 이론은 지역주의에서 중심국가(Hub)와 주변국가(Spoke) 간의 무역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토문헝 교수는 “지역주의를 통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동아시아에서 허브 역할을 하려는 한국의 상황이 비슷하다”며 “본래 이 이론은 중심국가가 자국에만 유리한 경제협정 등으로 주변국가에 악영향을 미쳐 언제나 중심국가만 이익을 본다고 설명하는 이론이지만 현실에서는 중심국가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토문헝 교수는 “단시간 내에 많은 국가와 FTA를 맺어 지역 내 중심국가 역할을 하려는 의도도 중요하지만 개방 이후의 거시경제 정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경제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현석 교수(경희대·사회과학부)도 “FTA 자체가 경제성장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며 “‘After FTA’가 중요하다”고 토문헝 교수의 주장을 지지했다.

또 장젠핑(Zhang Jian Ping) 교수(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중국의 FTA 체결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은 20여 개의 국가와 FTA,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등 자유무역 관련 협정을 체결했거나 체결 과정에 있다. 그는 현재 중국과 FTA 체결 중인 인도를 언급하며 ‘친디아(Chindia)’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이에 샨타 바르마(Shanta N. Varma) 교수(델리대·정치학과)는 “인도 종교 용품에까지 ‘Made in China’가 새겨져 있다”며 “이러한 내수용품의 수입이 국민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장젠핑 교수는 “내수용품이 국민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만큼 영향력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회의는 총 6부로 이틀 동안 이뤄졌으며 아시아 경제와 세계 자본주의에 관해 논의가 이뤄졌다. 회의는 아시아 전반문제를 논의하려는 애초의 목적에 비해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인도 등의 주요 아시아 국가들을 주로 다뤄 동남·서아시아의 현안을 다양하게 포괄하지 못하는 등의 아쉬움을 남겼다.      
     
윤수진 기자 youn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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