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기초과학의 오늘을 보다 6. 수리과학(마지막회)

지난해 8월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세계수학자대회(ICM, 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에서 네 명의 새로운 필즈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러시아의 페를만(Perelman)은 유명한 푸앵카레(Poincare) 추측을 해결해 수상하였고, 호주의 타오(Terry Tao)는 소수에 관한 오래된 미해결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수상했다. 또한, 프랑스의 베르너(Werner)는 확률론, 러시아의 오쿤코프(Okounkov)는 해석학의 뛰어난 연구업적으로 수상하였다. 네 명의 업적이 모두 훌륭하고, 특히 페를만에 관해서는 필즈상 수상을 거부한 사실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타오와 그의 업적에 관한 것만 소개하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연구한 문제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에 가장 쉬울 뿐만 아니라(물론 그 증명을 설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필자의 연구 분야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타오가 해결한 문제는 소수(prime number)의 분포에 관한 것이다. 독자들이 중학교에서 배웠듯이 소수(prime)는 1과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를 가지지 못하는 2,3,5,7,11 등의 자연수다. 소수는 무한히 많으며, 각각의 자연수는 소수들의 곱으로 소인수분해 된다. 따라서 소수는 자연수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곱에 관한 한 더 작게 분해할 수 없는) 단위라고 할 수 있으며, 모든 정수의 성질은 소수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연유로 소수에 관한 연구는 기원전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타오가 해결한 문제를 알아보자.
“소수로만 이루어진 등차수열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소수를 공부하는 수학자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5,7; 5,17,29,41; 5,11,17,23,29; 7;37;67;97;127;157; 7,157,307,457,607,757,907; …’은 각각 소수로만 이루어진, 공차가 2; 12; 6; 30; 150; …이고 길이가 3; 4; 5; 6; 7; …인 등차수열이다. 그렇다면 “임의로 주어진 길이 k에 대하여도, 소수로만 이루어진, 길이가 k인 등차수열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이러한 질문이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된 것은 1904년 딕슨(Dickson)에 의해서였다. 타오가 그린(Green)과 함께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2004년이니까 정확히 100년 만에 해결된 것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족히 2000년 이상 묵은 미해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타오나 그린이 정수론을 전공한 수학자들이 아니라 조화해석학을 전공한 수학자들이란 점이다. 해석학적 도구를 이용해 정수론의 어려운 미해결 문제를 해결했으며 그들의 방법이 더 많은 정수론의 미해결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들의 업적이 높이 평가되는 것이다. 이처럼 수학의 여러 분야가 결합된 연구가 최근 수학의 새로운 발전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소수의 성질을 연구해서 어디다 쓸 지, 그 쓸모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는 쓸모-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소수에 대해 남들보다 잘 알면 돈이 된다는 것을 언급해두고 싶다. 소수는 현대 암호의 핵심부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지적 능력이 이룩한 금자탑을 보고 쓸모 운운하는 무례를 범하는 독자는 없기를 바란다.

타오는 1975년생으로 현재 UCLA 수학과 교수다. 그는 중국계 호주사람으로, 11살 때부터 연속으로 3년 동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호주대표로 참가해 동메달, 은메달, 금메달을 각각 수상했으며, 그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최연소 금메달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IQ가 221로 측정되었다고 알려진 천재로, 16살에 호주 플린더스(Flinders) 대학을 졸업하고, 17살에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1살에 프린스턴(Princeton)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UCLA의 교수로 부임, 25살에 정교수가 되었다. 부인이 재미교포 한인 2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 김명환 교수(수리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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