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eign Destruction of Korean Independence(외세에 의한 한국 독립의 파괴)』의 모태는 『A Love Letter to Korea』다. 미국의 재야 사학자 캐롤 카메론 쇼(Carol Cameron Show)가 2002년 가을 한국에 보낸 연애편지는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는 과정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어’, ‘근대 중국사’ 등을 전공한 쇼는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와 서울에서 고교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역사편찬작업을 하던 중 20세기 초 미국 정부의 제국주의적 모습을 발견하고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인문대학장 이태진 교수(국사학과)는 “쇼의 사료가 그동안 국사학계에서 증명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밝혀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과정에서 외세가 일본을 지원한 사실을 밝히는 작업은 국사학계의 화두 중 하나였다. 기존의 연구로는 ‘가쓰라-태프트 밀약(Katsura-Taft Secret Agreement)’ 정도밖에 증명할 수 없었고 다른 관련 사료들은 외국에 있어 자세한 연구가 어려웠다. 그런데 그 동안 국내 학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미국의 사료들을 쇼가 발굴해 제공한 것이다. 당시 이태진 교수는 쇼에게 『A Love Letter to Korea』를 학술 서적으로 출간하기를 권유했고 지난달 그 결실을 맺었다.

『The Foreign Destruction of Korean Independence』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서한과 미국 신문에 실렸던 기사 등 국사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제26대 대통령 테오도어 루스벨트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인정하는 과정과 러·일 전쟁에서 미국 대기업의 일본에 대한 전쟁비용 지원, 미국이 포츠머스 강화조약에서 중국과 조선을 배제하려 했던 일 등의 내용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태진 교수는 “당시 조선, 중국, 일본, 미국의 정치권 사이에서 이뤄진 서한이나 정책 등을 연구한 최초의 결과물”이라며 이 책의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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