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민
독어교육과·05

 1706호 5월 7일자 1면
「당신도 베끼셨습니까?」기사를 읽고

언제나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구호를 가슴속에 품은 채로 양심적인 학문 활동을 해 나갈 것 같은 서울대 학생사회에서도 심심찮게 커닝, 리포트 표절 따위의 문제가 들리더니 급기야 심각한 문제점으로 떠올라 기사화됐다. 학생들의 양심이나 도덕성을 문제 삼기에 앞서 놀라운 사실은 아직도 교칙에 표절에 관한 뚜렷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표절에 관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보니 리포트 표절 혹은 논문 표절에 대한 교수들의 대응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학생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표절을 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교수와 미온적으로 넘어가는 교수가 있다’라는 정보 아닌 정보가 교환되면서 표절문화가 점차 확산되리라고 상상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또 기사에 따르면 표절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신입생이 자신도 모르게 표절해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표절에 관한 규정 못지않게 그에 앞선 교육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 미국의 예일대를 비롯한 영겧缺�대학들은 표절에 관한 뚜렷한 규정을 명문화하거나 표절 처벌에 관한 사법처리위원회까지 구성하는 등 표절에 관한 권위 있고 강제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서울대도 서둘러 표절에 관한 뚜렷한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 그리고 본부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은 표절을 비롯한 모든 비양심적 행위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다. 표절에 대한 교양강좌를 개설하거나 학생들이 표절을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어떨까.

서울대생들이 저마다 그들이 ‘빛’이라 여기는 진리를 탐구한다는 것은 바로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궁극적인 길을 탐색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따라서 그 과정 또한 가장 인간다워야 할 것이다. 달리 말해 결과물이 그럴듯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양심에 반한 행위로 얻어지는 것이라면 진정성에 반하는 가짜일 수밖에 없다. ‘진리는 나의 빛’이란 어구를 가슴속에 간직한 관악 학우들이 눈앞의 결과에 급급하기보다 과정 또한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문에 정진하리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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