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책’에서 ‘보는 책’으로
▲ © 김응창 기자 |
독자가 책을 고르는 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책의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쁜 표지, 특이한 질감의 종이나 글씨체, 일러스트 등 시각적 요소가 독자로 하여금 책을 집어 들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출판 과정에서 북디자인과 일러스트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중시될수록 글 내용과의 조화 생각해야
●북디자인
우리나라에 북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70년대 후반 소위 ‘단행본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다. 과거의 북디자인이 책의 겉표지를 디자인하는 일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속표지, 목차, 글자체와 글자 크기, 자간, 행간, 텍스트와 여백의 균형, 사진의 배치에 이르기까지 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구성하는 의미로 확대됐다.
북디자이너 김진씨는 “겉표지는 책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한다”며 “독자의 눈길을 끌어 책의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북디자인에 점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북디자인의 부각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민음사 미술부의 윤정우씨는 “좋지 않은 내용에 겉표지만 번지르르하게 강조하는 것은 독자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지나치게 디자인을 부풀리는 것은 좋지 않으며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는 한도 내에서 독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의 분위기를 만드는 창조적인 일러스트
●일러스트
지난 「2003 프랑크프루트 국제도서전」에서는 그래픽ㆍ일러스트 중심의 책이 급속히 증가하고 그 정교함이 사진을 능가해 눈길을 끌었다.
일러스트란 텍스트의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텍스트 내용을 그대로 시각화하는 이전의 ‘삽화’보다 그린 이의 상상력이 더 많이 개입된다. 일러스트는 그 동안 책의 편집 과정에서 텍스트의 부수물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책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에서 일러스트는 동화 시장을 중심으로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절집 옛이야기』가 홍콩에 수출될 정도로 일러스트의 수준이 향상됐다.
일러스트레이터 정경심씨는 “텍스트의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텍스트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일러스트의 역할”이라며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을 그리는 능력보다 풍부한 독서를 통해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북디자인이나 일러스트를 전문적인 고유 영역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작가에 비해 대우나 인식이 부족하다. 또 북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의견보다 출판사 편집자의 의견이 디자인을 좌우하는 일도 때때로 발생한다. 김진씨는 “북디자인을 단지 책이 더 잘 팔리게 하기 위한 선전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나 출판사가 디자인에 적정 예산을 할당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