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의 ‘자유정신’과 ‘진리’라는 말을 대신하여 지난 30여 년간은 ‘누가 민족의 앞길을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말이 우리의 가슴을 채우고 심장을 뛰게 하였다. 개교 50주년부터는 ‘겨레와 함께 미래로’가 등장하였다.   

나는 이제 우리 학교의 로고에서 ‘겨레’라는 말을 뺄 것을 제안한다. 나라와 민족에 대한 책임과 역사의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에서 그 앞길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우리 학교는 전 세계에 개방된 연구와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세계의 인재들이 우리 학교를 통하여 장차 지식과 기술 그리고 사상과 가치와 윤리를 공유하는 동료의 전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역설적이게도 겨레의 앞길도 탄탄해진다. 

그러나 그 꿈을 실현하기에 우리는 아직도 취약하다. 학생은 누구나 학업에 필요한 학비와 시설과 자료의 확보에 가장 관심이 있다. 우리 학교 교수진이 아무리 우수한들 그들이 그것만 보고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돈을 외국인 학생의 교육에 투여하는 것은 결코 우리에게 손해가 되는 반국가적, 반민족적 행위가 아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에 남아서 지식과 기술의 창조와 생산에 종사하거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우리와의 관계를 확장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구화를 이루는 길이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학생들이 세계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있는가?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동반자가 되는 충실한 훈련을 시키고 있는가? 다른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함께 책임을 지는 안목과 윤리적 자세를 학생들에게 길러주고 있는가?
고시 합격자와 고위 관리직과 전문직 그리고 일류기업체에 진출한 동문의 통계 수치를 가지고 ‘민족의 앞길을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격문에 답했다고 자부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 학교 출신이 세계 곳곳에 나가 있다는 사실로써 우리가 글로벌리제이션에 모범적으로 적응하고 있으며 교수의 대부분이 외국 박사이고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실력을 갖춘 학자라는 점을 들어서 우리 학교는 세계 일류학교라고 자평할 것인가?

우리 학교가 세계적인 지식인을 길러내고 세계의 젊은 지성인들이 교류하는 장이 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투자가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돈 모으기란 쉽지 않다. 정부부터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립대학이므로 당연히 우리 국적의 학생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대중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그나마 ‘겨레와 함께 미래로’를 계속 간판으로 내걸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제 그 로고를 재고하자. 새롭게 전개되는 세계 속에 나라와 민족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전 세계로 우리 학생이 뻗어나가는 것과 함께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 학교로 올 때 우리 학교는 세계의 대학이 될 것이다. 장차 겨레를 위한 학교임을 내세우면서 외국인 학생을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시 ‘진리’와 ‘자유’가 우리 학교의 모토가 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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