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 공공성이냐 재학생 권리보호냐

▲ © 이상윤 기자

최근 서울대에서는 ‘도서관자치위원회’(도자위)를 중심으로 도서관 열람실 출입 및 이용 제한에 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외부인의 열람실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행대로 계속 개방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의 공공성과 재학생들의 학습권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도서관 개방 논란은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북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전국의 많은 국ㆍ사립 대학에서는 아직까지 이 문제를 놓고 학생들간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강남대, 경남대, 계명대, 배재대, 부경대, 충남대, 호남대 등 대부분 지방소재 대학들은 도서관(서고ㆍ열람실)을 완전 개방하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는 대학 구성원이 아닌 일반인들도 자료열람과 대출이 모두 가능하다. 반면 연세대, 고려대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울 소재 사립대학들은 일반인의 도서관 출입 자체를 제한하며, 휴학생ㆍ졸업생에게도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다. 또한 경북대, 서강대 등 몇몇 대학은 자료 대출을 제외한 자료 열람 등 제한적 개방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절차가 복잡할 뿐더러,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사실상 이용이 전무한 상태이다.


각 대학에서 논란 계속돼 일부 대학에서는 개방 운동 벌여


이에 고려대와 이화여대에서는 학내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도서관 개방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고려대에서는 ‘불한당’(자치언론단체) 외 4개 단체가 함께 연대해 ‘OLIB’(Open LIBrary, 올리브)라는 이름으로 도서관 개방ㆍ개혁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대학의 공공성을 내세우며 ▲도서관 전면개방 ▲일반인에게 자료 대출까지 허용 ▲충분한 열람공간 확보 ▲장애인의 도서관 이용권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올리브 소속 김윤희씨(고려대ㆍ국어교육과)는 “대학은 어느 집단보다도 많은 혜택을 받는 집단”이라며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 이러한 혜택을 사회 구성원 전체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화여대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OLIVER’(Open Library with her, 올리버)라는 단체를 구성해 ‘지역여성과 함께 하는 대학도서관 만들기’를 기치로 도서관 개방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리버 소속 김하나씨(이화여대ㆍ철학과)는 “차별받고 있는 비대학생 여성들의 지식접근권을 돕는 차원에서 도서관 개방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을 완전 개방하고 있는 계명대 도서관 정보지원팀장 김성만씨는 “우려와는 달리 도서관 개방에 따른 부작용은 극히 미미했다”고 말했다. 또한 윤성환씨(기계항공공학부ㆍ석사과정)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서적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수준 높은 서적을 보고자 하는 연구자들을 자기 학교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대학의 사회적 공공성과 재학생 학습권 사이에서 논란


반면 고려대 도서관 학술정보관리부 유영창 과장은 “도서관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많은 학생들이 열람실 자리부족, 면학분위기 문제 등으로 개방을 반대하는데 굳이 개방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노은지씨(경북대ㆍ신문방송학과)는 “학생들끼리도 열람실 좌석이나 인기 서적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데 외부인에게까지 개방하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도서관 개방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전 도서관장 진교훈 명예교수(국민윤리교육과)는 “대학 도서관은 어디까지나 학문연구를 하는 곳”이라며 “열람실을 완전개방하면 도서관은 고시생들의 독서실로 전락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 교수는 “공공도서관과 대학의 ‘연구’도서관은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도서관 개방에 관해 교육부의 한 담당자는 “정부에서는 대학들에게 학생ㆍ교원들의 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도서관을 개방할 것을 권장하되, 그 구체적인 방안이나 규정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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