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굴의 구멍에 빠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금도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 지구를 뚫고 지구 반대편까지 이르지 않을까? 그리고 앨리스가 지구를 뚫고 가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르틴 코헨이 쓴 『비트겐슈타인의 딱정벌레』는 이와 같은 엉뚱한 질문을 ‘사고실험(思考實驗)’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비트겐슈타인의 딱정벌레’는 책에 나오는 26가지 실험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고실험이란 ‘머릿속으로 어떤 실험 방식을 상정하고 그것으로부터 어떤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일’을 말한다. 사고실험은 현상을 경험하지 않고 직접 실험을 하지도 않아 불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사고실험은 ‘완전한 논증을 포함해야 한다’, ‘모든 요소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등의 7가지 규칙을 지켜야 하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이 사고실험은 수학의 무리수, 음수 등의 개념이나,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증명하기 위해 고안된 전자의 위치 측정 실험 등에 유용하게 사용됐다.

저자 마르틴 코헨은 ‘피사의 사탑에서 한 갈릴레오의 실험도 실제로는 사고실험이었다’며 사고실험을 의미 있는 과학적 방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굳이 피사의 사탑까지 올라가 두 개의 쇠공을 떨어뜨려 보지 않더라도 사고실험만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