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대 총학생회 정치사업국장 조현진(국사학과·04)

지난 19일(토) 이라크에 주둔하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장교 한 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동반돼 진행되는 군사세계화에 의해 희생된 또 한 명의 사망자에게 조의를 표한다. 그동안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는 한국군이 전쟁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안전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선전해왔던 정부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부대원 간 갈등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군 당국은 전장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사생활 문제 등을 거론하며 사망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하지만 사망의 원인이 무엇이든, 이번 사건은 이라크에 주둔하는 한국군은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고 실제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이툰 부대는 친미 성향의 쿠르드 지역에 주둔하며 이라크 저항세력의 저항공격에 항상 노출돼 있다. 지난 2004년 10월에는 자이툰 부대 주둔지에서 800m 떨어진 곳에서 폭발물이 터졌고, 2005년 5월에는 자이툰 부대 4~5km 밖에서 자이툰 부대를 향한 곡사포, 로켓포 4발이 발사됐다. 주둔지인 아르빌에서는 미국의 종파별 분할 점령정책에 자극을 받은 저항세력에 의해 이번 달에만 두 차례의 차량폭탄 공격이 일어나 수십 명이 사망했다. 이번 자이툰 부대원 사망 사건이 파병 이래 첫 군인 사망이라고 정부와 언론은 말하지만, 2003년 오무전기 노동자 2명, 2004년 김선일씨의 사망 역시 한국군의 파병이 불러온 죽음이었다.

이라크의 치안을 위해서 주둔한다는 미군의 변명은 종파별 분할 점령정책에 의한 종파 간 갈등, 끝없이 이어지는 폭력, 테러, 죽음을 보면 거짓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이라크의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닌 점령군의 존재 그 자체다. 이라크에서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미군에 대해 철수를 요구하는 미국 내의 여론도 점점 커진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여전히 파병군 철수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정부는 6월까지 국회에 임무종결(철군)계획서를 제출하기로 한 상태에서 또 한 번 파병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선일씨가 납치됐을 때 광범위하게 퍼졌던 파병철회, 전쟁반대의 요구를 무시한 결과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죽음이었다. 파병된 군인의 안전을 위해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라크 민중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점령의 중단이며,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군 즉각 철수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