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환위기 10년을 맞아 경제, 정치, 외교 등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 학자들이 한국사회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사회과학연구원은 외환위기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한국사회의 미래상을 확립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외환위기 10년 평가와 사회발전 전망’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어 총 10개 사회과학 분야에 걸쳐 토론했다.

경제 분야 발표를 맡은 이창용 교수(경제학부)는 “정부가 외환위기 타개책으로 대규모 공적자금을 부실기관의 구조조정에 투입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단기수익 중심의 경제운용방식은 결과적으로 기업과 개인의 투자의욕을 감소시켜 한국경제의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운찬 교수(경제학부)은 “외환위기 이후 투자부진과 양극화라는 두 가지 문제가 한국경제를 옭아매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경쟁시장의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고, 사회구성원이 서로 믿고 따르는 규칙ㆍ기준 등 사회 공동의 무형자산을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외교 분야에 대해 발표한 하용출 교수(외교학과)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국제금융기구의 강압적 태도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동아시아 금융질서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를 벗어나고자 지역 내 금융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국제금융질서와 지역금융질서가 상이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제도의 충돌을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웅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한국사회의 의사소통 양식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개인 또는 사회 간 충돌이 증가했음에도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공동의 규칙을 세우지 못했다”며 “의사소통의 ‘합의 양식’을 확립해야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질에 초점을 맞춘 이재열 교수(사회학과)는 “IMF 이후 경제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사회의 질은 악화됐다”며 “외환위기 이후 자살률이 세계 1위에 오르고 범죄발생건수가 1.6배가량 늘어난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투명성, 법치주의, 평등화와 같은 ‘사회성의 기초’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를 개선해야만 삶의 질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김명언 교수(심리학과)는 “도전적이던 한국 사람들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가정 파탄 등 사회의 불확실성을 경험하면서 안정 지향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복원하려면 우리 모두 IMF라는 위기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사람들의 ‘긍정 심리’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젠더관계에 주목한 배은경 교수(사회학과)는 “외환위기 이후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여성의 공적노동 참여가 확대됐다”며 “공적노동과 보살핌노동의 이중부담을 안게 된 여성은 아예 결혼ㆍ출산을 하지 않거나 결혼제도 바깥에서 섹슈얼리티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성을 만족시킬 조건을 갖추지 못한 남성은 이주여성과의 국제결혼 등을 통해 가족생활과 보살핌노동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며 “IMF 이후의 젠더관계 변화는 계급, 민족, 섹슈얼리티의 교차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승기 기자 msk0314@snu.ac.kr, 김의연 기자 resolut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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