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행정대학원 교수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2006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대로 하락했으나 청년실업률은 8%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돼 있는 취업준비생과 구직포기자까지 포함하면 체감청년실업률은 20%까지 크게 상승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어려운 취업난을 반영하듯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에 이어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이라는 우울한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은 새로운 트렌드를 생성하고 있다. 이 중 하나는 좋은 직장에 대한 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청년들은 미래 성장가능성보다는 안정된 정년보장, 높은 연봉보다는 낮은 노동강도, 성취감보다는 높은 복지 후생을 제공하는 직장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과 국책은행,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도를 지나칠 정도다. 새로운 ‘○○고시’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재수생들도 발생하고 있다. 이미 이들 직종은 ‘신이 내린 직장’이란 표현을 넘어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 업종별 선호도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공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는 당연히 안정적이며 편안한 직장을 구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나 1970∼80년대의 개척정신과 모험가정신이 어느새 사라졌기 때문에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욱 걱정되는 점은 선출직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권에 만연하는 부정부패와 패거리문화는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기에 충분하고 이에 따라 선출직이 청년들에게 회피대상 직업이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기에 선출직에 걸맞은 유행어는 ‘신이 버린 직장’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인재의 ‘균형적 배분’이라는 다소 고리타분한 말을 피한다 하더라도 국가의 관점에서 중앙과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들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선출직 지방의원들은 100조를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를 견제할 수 있고 지역주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중요한 정책의 입안 및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출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우리 지역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과 전략을 정하게 되며 더 나아가 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이보다 더 큰 역할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직업은 없을 듯싶다.

또한 2006년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돼 유능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지방 선출직에 진출할 기회가 확대됐으며, 지방의원의 자치입법 등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전문위원을 증원할 계획에 있다. 지방 선출직이 차기 국가지도자 양성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검증받지 못한 무경험자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시·군·구 단위에서 능력을 검증 받고 체계적인 리더십 훈련을 통해 차세대 국가지도자를 육성해야 한다. 언젠가는 선출직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어 너도나도 국가를 책임지려 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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