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따라 제한적 공간이용 가이드라인 필요

『대학신문』은 지난호에서 “서울대생 개방타당 68.2%”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도서관개방을 실시하는 타대학사례를 기획기사로 다루었다. 정론직필을 지향하는 대학언론이 도서관 개방론에 호의적으로 접근하는 편향적 논조가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비판적 여론이 학내에 확산되고 있다. 본 글은 『대학신문』 기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설문의 샘플링, 표본추출 등에 대한 통계적 오류 지적은 차치하고, 논쟁의 핵심인 도서관 문제에 관한 진단과 개인적인 소견을 제시하고자한다.

 

먼저, 학교내 중심 기반시설인 도서관에서 파생되는 쟁점과 그 의견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계 용량을 초과한 서울대 도서관의 공공성 논쟁이다.

 

첫째, 서울대 대학도서관의 공공성은 과연 무엇인가? 이용자의 무차별적인 허용이 공공성의 실현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선발시험에 합격한 재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한론자들의 전문화된 공공성 요구도 공공성에 해당한다. 단지 세금을 냈다는 상징성으로 공공성을 확대 해석해 실제 이용주체인 재학생과 외부 이용자를 동등한 권리주체로 본다는 것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둘째, 서울대 도서관의 수용용량은 과연 적정한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용자의 우선순위 선정은 불가피한 것인가? 과거 초창기 캠퍼스에 적합한 용량으로 한정된 도서관은 학생수 급증, 농생대 이전으로 인해 수용과밀상태를 심각하게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부족상황에서 도서관은 제한적 이용이 불가피할 것이다. 도시재개발에 의한 공공 인프라 부족이라는 문제와 상통하는 문제이다. 1차적 이해당사자에게조차 부족한 용량을 과연 외부이용자에게 개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셋째, 도시계획적 접근을 통해 설정된 계획 이용자와 실제 이용자간의 불일치 문제이다. 서울대 대학촌은 특성상 초기 하숙촌에서 고시촌으로의 전이과정을 통해 전국적 구심력을 가진 특화공간으로 발전했다. 게토(ghetto)로서 악화된 생활환경은 용이한 접근성과 환경적, 경제적 이점을 갖춘 서울대 도서관을 이용케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무임승차자를 발생시켜, 공간 이용의 주체와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을 초래한 점도 기억해야 한다.

 

다섯째, 현 도서관 논쟁의 초점은 과연 적정한가? 이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이용방법에 관한 논의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이용자 불일치로 인한 문제는 도의적, 당위론적 방안으로는 해결이 곤란할 것이다. 대학별 특수성에 적합한 지탱가능한 공공성의 확립이 필요하다.

 

여섯째, 도서관 문제에 대안은 없는 것인가? 먼저, 일반적 대안으로 공공성을 최대 목표로 하는 국립방송대학교의 현 지역학습관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도시계획시설로서의 도서관시설 확충이다. 국립ㆍ시립ㆍ구립도서관 등이 도시위계 및 생활권에 기초하여 해당 커뮤니티의 핵심적인 공공시설로서 자리잡게 해야 한다. 관악구의 경우, 고시촌 세금수입의 일부를 도서관에 투자하여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로서 되돌려주는 자치단체의 유연적 도시경영 리더쉽이 필요하다.

 

두번째로 서울대가 직면한 특수한 상황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다. 물론, 시설확충이 장기적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여전히 공공성의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보다 현실적 대안을 고려하면 이용자 우선순위에 의한 제한적 공간이용 가이드라인 설정이다. 1차적 이해당사자의 여유용량이 초과되었을 때 보다 협의의 공공성을 고려하고, 이해관계 정도에 따른 이용자의 선택적 활용이 타당성을 가질 것이다. 따라서, 해당 도서관의 자치재량권을 활용하여 이용자에 관한 이용지표 선정, 활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도서관 운영지표와 헌법재판소에서 승소한 서울교대의 학습권 판례가 함의를 갖는다. 결국, 도시와 함께 성장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의 대학 도서관은 무한대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공공성의 담당영역도 대학별 특수성에 따라 다른 차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서울대 도서관 공공성 논쟁이 호혜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로 마무리되길 기대해 본다.

 

박태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도시계획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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