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CF, 영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퓨전국악’

▲ 사진제공 : '나비야 '
국악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은 버려라. 최근 장르 간의 넘나듦, 서양악기의 도입 등과 같은 다양한 시도들이 ‘퓨전국악’이라는 이름 아래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악평론가 전지용씨는 “퓨전국악은 귀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음색으로 듣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음반, 공연뿐 아니라 드라마, CF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퓨전국악은 지난 1985년 ‘국악의 대중화’를 모토로 한 9인조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의 창립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슬기둥의 리더인 이준호씨는 “우리 전통국악이 세계적인 예술성과 깊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대중과 괴리돼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국악을 추구하고자 슬기둥을 창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 민요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부른 젊은 소리꾼 김용우, 창작 국악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은 해금연주자 정수년 등의 국악인과 4인조 타악그룹 ‘푸리’, 4인조 창작 타악밴드 ‘공명’, ‘숙명여대가야금연주단’ 등의 국악단체를 중심으로 1990년대를 넘어 현재까지 퓨전국악의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퓨전국악인들의 음악적 시도는 ▲서양악기의 도입 ▲국악기로 비(非)국악 연주 ▲개량 국악기의 사용 ▲국악 창작 ▲장르 간 융합 등 매우 다양하다.
▲ 사진제공 : '나비야'

◆서양악기의 도입=슬기둥은 산조를 일렉기타로 연주하는 등 우리 장단과 서양악기를 조화롭게 엮어내고 있다. 국악 그룹 ‘나비야’는 서양악기를 국악기와 더불어 연주한다. 나비야의 단원 나혜경씨는 “연주에 사용하는 악기의 반이 서양악기”라며 “동·서양 악기가 어우러지면 더욱 풍성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악기로 비(非)국악 연주=‘숙명여대가야금연주단’, 7인조 퓨전국악밴드 ‘크레용’, 9인조 창작 퓨전국악그룹 ‘the 林’ 등의 국악그룹은 영화음악, 대중가요, 교향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국악기로 연주한다. 숙명여대가야금연주단의 대표인 송혜진 교수(숙명여대·국악과)는 “서양음악과 국악기의 만남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정교하고 세련된 음악적 접목”이라며 “세상의 모든 음악을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개량 국악기의 사용=가야금 4중주단 ‘사계’는 개량 가야금을 사용해 새로운 음악을 추구한다. 사계의 단원 박세연씨는 “기존의 가야금은 5음계밖에 표현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7음계를 표현할 수 있는 25현 가야금, 낮은 음역을 연주할 수 있는 22현의 베이스 가야금 등은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악 창작=많은 국악그룹이 기존 곡의 편곡과 새로운 국악곡의 창작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준호씨는 국악관현악곡 ‘축제’를 비롯해 실내악, 뮤지컬, 영화음악 등 여러 장르에서 우리 선율을 기본으로 한 퓨전국악의 창작을 주도해왔다. 또 창작 실내악그룹 ‘뮤지꼬레’는 민요 ‘한오백년’에서 모티브를 얻은 ‘백두산’ 등 많은 곡을 창작해 연주하고 있다. 뮤지꼬레의 리더 나원일씨는 “작곡을 하거나 음반작업을 할 때 최대한 전통국악에 기반을 둔 음악을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르 간 융합=크로스오버 그룹 ‘스톤재즈’는 우리 민요를 재즈풍으로 연주해 국악과 재즈라는 서로 다른 장르 간의 혼융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퓨전국악은 전통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송혜진 교수는 “퓨전국악은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국악의 향유층을 확장시켜 국악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악평론가 윤중강씨는 “일반 대중이 해금, 가야금과 같은 국악기를 퓨전국악을 통해 처음 접하는 경우도 많다”며 “퓨전국악은 국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국악의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국악평론가 전지용씨는 “국악을 상품적 가치로만 대하는 경향이 짙어지다 보니 피상적이고 감각적인 선율, 강렬한 리듬만으로 대중을 끌어 모으려고 한다”며 “퓨전국악이 지나치게 흥미 위주가 되어서는 안되며 음악적 완성도와 예술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영석 강사(국악과)도 “퓨전국악의 본질은 ‘우리’ 음악이 되어야 한다”며 “국악의 본질적인 독창성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팬클럽이 결성되고 공연장이 관객의 열기로 달아오를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퓨전국악. 퓨전국악인들의 열정이 앞으로 우리 음악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김민지 기자 gatetofre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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