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휴대폰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멍하니 있는 것보다야 무언가를 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다들 그 조그마한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다.

 

나는 휴대폰을 97년에 처음 구입한 이래, 벌써 3번이나 바꿨다. 그 때마다 수 십 만원의 돈이 지출됐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시류를 좇아 매번 최신형 핸드폰으로 교체를 하였지만 불과 1~2년이 지나면 구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한번 내 휴대폰의 교체 역사를 살펴보자. 97년에 구입한 첫 번째 핸드폰은 최초의 PCS 모델로서 지금 모델에 비하면 크고 묵직하고 튼튼한 이미지를 주는 제품이었다. 99년에 작은 핸드폰이 유행할 때 작고 귀여운 모델로 교체를 했고, 2001년에 한참 벨소리 바람이 불 때 16화음 핸드폰으로 교체를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컬러 LCD와 카메라가 내장된 모델을 구매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유행을 잘 따라다니는 사람이지만,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나와 비슷한 핸드폰 교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정작 거부할 수 없는 경향으로 치부해 버리고 만다.

 

 어떤 경제학자는 휴대폰과 같은 첨단 장비들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에 따라 시장에서 제품의 교체 주기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언뜻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지만, 그 기술의 발전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쏭달쏭하다. 핸드폰이 통신 장비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기능들은 이미 내가 구입한 97년도 모델에서 다 구현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기능에 관련된 기술들은 현재에도 별로 발전된 바가 없다.

 

핸드폰에서 음악을 듣게 하고, 카메라를 달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고, 컬러 액정 화면을 이용하여 예쁜 화면을 볼 수 있게 하는 것들이 물론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러한 것들이 혹시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치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그렇게 서둘러 개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방식은 비단 휴대폰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다. 첨단 제품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고 많은 광고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PDP TV를 생각해보자. 솔직히 이야기해 본다면, 벽에 걸기 위해서 그렇게 얇은 TV를 엄청난 투자를 통해서 개발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윤창출의 도구가 된 과학 기술
과학기술의 사회성 확립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되야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야 할 과학 기술들이 극단을 향해서만 내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이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분들은 과학 기술을 오직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들은 불가항력적으로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과학 기술에 대한 이러한 관념들을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과학 기술의 사회성을 확립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종민 의용생체공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