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도 전략, 마케팅

▲ © 강정호 기자
C출판사의 영업팀장 이 모씨는 다음달 출간 예정인 책의 홍보 준비로 분주하다. 그는 몇 달 동안 출판 관련 기관의 직원과 소비자를 통해 출판계 동향과 독자 성향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수차례 편집자와의 기획회의를 거쳐 출간을 결정한다. 기획자와 함께 책의 정가를 결정해 책을 출간하면 오프라인 서점, 인터넷 서점과 쇼핑몰, 홈쇼핑 업체와 대형 할인마트 등의 유통업체에 찾아가 책에 대한 구체적인 홍보를 한다. 현재 그는 각종 일간지 기자와 평론가들에게 증정본을 보내놓고 각종 홍보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책의 기획에서 가격과 유통경로 결정, 광고와 홍보에 이르기까지 이씨가 담당하는 모든 일을 아울러 ‘출판 마케팅’이라고 한다. 즉 출판 마케팅은 ‘구매자인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창출하기 위한 출판시장에서의 활동’을 가리킨다. 90년대 초반 국내에 도입된 이 개념은 아직 출판계에서 시도 단계에 있다. 밀리언셀러가 등장하는 등 출판 시장이 확대되면서 출판 시장에 마케팅 개념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일부 출판사에서 영업부를 마케팅부로 개칭, 마케팅 업무의 전문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출판계의 영세함으로 인해 대부분의 출판 마케팅은 기획, 영업 분야와 상당 부분 중복돼 있다. 

 

출판 마케터는 독자들이 어떤 책을 원하는지를 파악한 뒤, 기획 의도나 책의 내용, 독자층 설정 등에 대한 편집자들의 논의에 관여한다. 그러나 마케터의 핵심 업무인 ‘판매촉진전략’은 출간에 즈음해 시작된다. 출간이 확정되면 마케터는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홍보방법은 크게 광고와 이벤트로 나뉜다. 광고는 일간지 광고가 대부분이며 이벤트를 활용한 각종 판촉전략은 최근 들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은 『개미』, 『타나토노트』 등은 대대적인 홍보전략이 크게 성공을 거둔 경우다. 한국에서 거의 무명이었던 그와 계약한 출판사에서는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베르베르를 알리는 광고를 일간지에 실어 독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베르베르의 책이 성공을 거둔 후에도 출판사는 판매 촉진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베르베르의 『나무』의 마케팅을 담당한 홍영환 팀장(열린책들)은 “‘베르베르 만나러 프랑스 가자’ 등의 문학 기행 이벤트 시행 후 매출이 30% 상승했다”며 “지금은 온라인 이벤트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요 일간지에 실리는 서평도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된다. 이는 상당수의 독자가 일간지에서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이에 마케터들은 출간에 즈음해 책 사본과 소개글을 일간지에 보내 ‘서평 보도 예비리스트’에 자사의 책을 올려둔다. 국내의 ‘1백만 질 시대’를 연 『소설 동의보감』은 책이 나온 지 두 달이 넘도록 초판이 1만 질도 팔리지 않았는데 「조선일보」에 서평이 실린 후에야 팔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병규 마케팅 팀장(사계절 출판사)은 “대대적인 홍보나 주요 일간지의 서평이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나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판매량에 미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주요 일간지에 유명인사의 평론이 실리거나 광고가 나오면 독자들이 바로 책을 샀지만 요즘은 독자들이 광고를 본 후에도 한 번 더 책을 살펴보고 합리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독자들이 현명해짐에 따라 낮은 수준의 책에 홍보비만 많이 들이는 출판사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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