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국제 워크숍

지난 13일(목)과 14일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회의실에서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와 아이덴티티’라는 주제로 국제 워크숍이 열렸다. 이 워크숍에 참가한 서울대, 도쿄대 등의 학자들은 한국과 일본의 내셔널 아이덴티티에 대해 발표했다.

박명규 교수(사회학과)는 발표문 「한국의 내셔널 아이덴티티와 통일문제」에서 한국의 내셔널 아이덴티티 담론을 세 가지로 나누고 각각이 통일 담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내셔널 아이덴티티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서적 귀속감 ▲한국과 북한을 하나의 범주로 묶는 민족적 자의식 ▲‘내셔널한 것’이 개인의 다양성을 억압한다는 탈민족주의적 의식으로 나눴다.

박 교수는 “첫 번째 유형은 국가와 민족을 동일시하는 경우로, 이를 바탕으로 통일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북한을 흡수하는 형태의 통일을 구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ㆍ북한이 문화적, 역사적으로 공통의 민족임을 강조하는 두 번째 유형에 대해 그는 “통일을 지향하는 담론과 강한 친화력을 갖기 때문에 통일논의에서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다”면서도 “정치체제 등의 구체적인 문제를 무시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세 번째 유형인 탈민족주의자들은 통일을 이루기보다는 분단 상황의 긴장을 완화하려고 노력한다”며 “이는 다원화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실천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탈민족 담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통일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세 가지 이념적 지향은 모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며 “한 방향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세 방향의 긍정적인 면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기정 교수(국민대ㆍ국제학부)는 ‘냉전이데올로기의 구조화와 내셔널 아이덴티티 형성의 상관관계: 한ㆍ일 비교’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남 교수는 “냉전 시대와 탈냉전,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ㆍ일 양국의 내셔널 아이덴티티는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했다”고 말했다. 남북 분단 후 한국이 북한과 대치하면서 ‘반공국가’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때 패전국인 일본은 ‘평화국가’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자 했다. 이 상황은 현대에 와서 역전됐다. 한국은 반공국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평화국가를 지향하고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 분노해 반북 입장을 취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남 교수는 “이러한 역방향의 동력은 동북아 냉전이 한국ㆍ일본과 중국ㆍ북한 간의 단일한 대립이 아니라 복수 냉전의 복합전개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 외에도 서호철 연구원(사회발전연구소)은 개인적 아이덴티티에 주목해 내셔널 아이덴티티와의 관계를 분석했고, 강해수 교수(계명대ㆍ일본학과)는 ‘내선일체(內鮮一體)’에 동조했던 일제강점기의 조선 지식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발표했다.

종합 토론 시간에서 박명규 교수는 “내셔널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을 포함해 이 주제에 대한 사회과학계의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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