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 있는 귀감'에서 '지난 시대의 대가'로

▲ © 이상윤 기자

20일(목) 영문화권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제임스 심슨 교수(케임브리지대ㆍ영문학)는 '초서의 현존과 부재 1400~1550'라는 발표를 통해 15세기~16세기 중반 작가들이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를 수용한 방식을 '현존(Presence)'과 '부재(Absence)'의 틀로 해석했다. 14세기 중세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초서는 셰익스피어 이전 시기의 탁월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15~16세기 영국 작가들은 '현존'과 '부재'의 틀로 초서 해석



심슨 교수는 "초서가 사망한 1400년 이후 16세기 중반까지 그는 당대 문학계에서 '현존'과 '부재'의 수용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먼저 초서가 사망한 직후 사람들은 '현존'의 입장에서 그의 작품을 보았다. 심슨 교수가 말하는 '현존'은 당대 작가들의 작품에 초서와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드러나거나 초서 작품에 대한 자의식이 나타나는 경향을 말한다. 즉 작가들이 초서와 그의 작품을 '살아 있는 귀감'으로 여기고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심슨 교수는 토마스 호클리브가 「제후들의 통치술(Regement of Prince)」에서 초서와 시인이 지인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그는 존 리드게이트가 「성모 마리아의 생애」에서 초서의 대표작 『켄터베리 이야기』 중 「기사 이야기」 원전을 독특하게 전용(轉用)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객관적 복원 움직임 속에서도  필요에 의한 차용 계속돼


 

반면 16세기 중반 이후 초서는 더 이상 동시대 작가가 아닌 '지난 시대의 대가'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그와 그의 작품을 보는 시각도 점차 '현존'에서 '부재'로 변화한다. 심슨 교수는 "'부재'는 과거와의 단절을 전제로 객관적으로 초서 작품 일부나 전체의 복원을 지향하는 경향을 뜻하며 이는 '문헌학적' 연구와 상통한다"고 말했다. 또 심슨 교수는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객관적인 복원을 주장하면서도 당대의 사회적ㆍ정치적 필요에 따라 초서의 작품을 변형하고 차용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과정에서 『켄터베리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가 첨가되거나 빠졌으며, 초서는 근대적 국민국가를 표방하는 영국의 국민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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