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연 교수(음대·국악과)

사교육은 인간 본성서 비롯 문제는 공교육의 황폐화
선생님의 권위를 세우고 교육예산도 대폭 늘려야

사교육 때문에 공교육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한다. 밤늦도록 사설 학원을 맴돌며 공부하느라 부족한 잠을 학교 수업시간에 해결하는 학생도 많이 있다 하고, 부잣집 자녀가 대학에 상대적으로 많이 입학한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사교육의 극성이 문제이긴 하나,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사교육 전통은 그 뿌리가 깊다. 조선조 대부분의 양반 자제들은 어릴 때부터 집안에 독선생을 들여 공부했다. 또한 서원에서 훌륭한 선생의 지도 아래 양가집 자제들과 함께 동문수학하게 하였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가난한 집의 자제는 주로 향교에서 공부하였다.

사교육은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이 있다. 사람은 반드시 죽기 때문에 자손을 남김으로써 보상받는 불멸의 심리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은 자손이 도태되지 않고 크게 번성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본성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인간이므로, 심지어는 ‘인간은 DNA의 전달자 또는 숙주’에 불과한 존재(이기적 유전자)라고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된 자의 공통된 마음이 이러할진대, 자녀를 유별나게 가르쳐서 남들의 자녀보다 더 잘 살아남게, 즉 돈 잘 버는 재주를 지니게 하려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거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학부모가 사설 학원에 기대는 데에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학원에 따라서는 학생이 딴청을 피우지 못할 정도의 소수만으로 집중적인 수업을 해 자녀의 성적을 눈에 띄게 향상시켜 주는 등 부모를 대신하여 성의껏 자녀의 성적을 잘 관리(?)해 준다. 그러니 이를 반기는 학부모를 비난할 수도 없고, 노력하는 학원의 선생을 탓할 수도 없고, 더욱이 학원에 가면 훨씬 더 공부가 잘되고 성적이 올라가는 학생을 나무랄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사교육은 무조건 나쁘다고 비난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공교육의 황폐화에 있다.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는 암담한 현상에 있다. 사교육에 전적으로 기대는 현실로 인하여 학교가 멍들고 있다. 공부하지 않는 학교에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호연지기를 논할 수 없다. 학교를 공부하는 곳으로, 즐거운 곳으로, 보람있는 곳으로 살려야 한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학교를 학생이 제대로 공부하는 학교답게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선생님의 권위를 세우고 지켜주어야 한다. 한갓 서생의 오활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진정 공교육을 되살리려면, 각급 학교 선생님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평생토록 존경받는 선생님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대접받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한다. 현대의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직업을 택하기보다는 학생과 더불어 평생을 헌신하는 사도의 길을 택하려는 젊은 동량들이 구름처럼 줄을 서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많은 교육예산이 교사의 수를 증원하는 데 쓰였으나 학교는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무엇보다도 교사의 처우를 최고 수준으로 개선하고 연구비를 지급하는 연구년 제도를 도입하는 등 우리 자녀를 맡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의 체통과 자존심을 지키게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엄정한 교육과 학사관리를 위한 봉사적 자세의 실천을 요구하여야 한다. 그리하면 언젠가는 우리나라 공교육이 살아나서, 존경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참다운 인성교육을 받는 미래의 우리 자녀들은 더욱 더 행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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