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골계와 돼지의 유전자를 잡아라

▲ © 양준명 기자

지난 21일(금) 문화관 중강당에서 축산과학기술연구소 주최로 제2회 동물생명공학 심포지엄 「동물생명공학의 비전을 현실로」가 열렸다. 연구소장 최윤재 교수(동물자원과학부)는 "70년대 이후 활발히 연구된 동물생명공학은 앞으로 난치병치료기술 개발 등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은 동물생명공학이 높은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고 있음을 실례를 통해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세계 수준에 올라 있으나 그간 많이 언급되지 않았던 국내 조류 연구 등의 실용적 가치를 모색했다. 

 

세계 수준에 있는 조류 연구의 실용적 가치 모색 

 

한재용 교수(농생명공학부)는 「동물자원이 창조한 생명공학」에서 조류의 유전 및 발생공학을 이용한 생명공학기술을 소개했다. 조류는 유전자체 크기(genome size)가 포유류의 절반 정도라 다루기 쉽고, 포유류와 달리 원시생식세포의 분리가 가능해 포유동물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생명공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류의 경우에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 어려워 포유류에 이용되는 형질전환기술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생식세포단계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생식선 유전자혼재기술이 필요하다. 한 교수는 "오골계에서 원시생식세포를 분리ㆍ배양해 세포를 증식시킨 후 흰 닭에 주입하면 오골계의 정자나 난자를 가진 생식선 유전자혼재동물(Germline chimera)로 흰 닭이 바뀌고, 자손을 낳으면 흰 닭에서도 오골계가 나온다"며 "이 방법을 이용하면 멸종 위기의 조류를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골계와 흰 닭을 이용한 생식선 유전자혼재동물은 자손수가 많은 흰 닭의 장점과 한약재로도 쓰이는 오골계의 기능성을 모두 갖추게 된다. 

 

「미생물자원과 생명공학」을 발표한 강대경 연구소장((주)이지바이오시스템)은 "동물의 생산ㆍ가공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미생물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며 동물생산성 향상, 동물성 식품의 가공 등에 이용되는 미생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숙주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생균제(probiotics) 중 하나인 젖산균을 동물생산분야에 적용하면, 젖산균이 분비하는 항균물질에 의해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 억제, 숙주동물의 면역 증강 및 성장 촉진, 비타민ㆍ효소와 같은 유용물질의 합성 등이 가능하다"며, "이런 특징 때문에 생균제는 최근 내성 증가와 전이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는 항생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한 효소를 사료용 곡물에 첨가하면 동물의 체내에서 분해ㆍ이용하기 어려운 난분해성 당류 등의 분해ㆍ소화가 가능해지는데, 이렇게 사료 효율을 개선함으로써 동물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인(P)의 배설량을 감소시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생물 분야로  연구지평을 넓혀 

 

올해 형질전환복제돼지인 '형광이' 생산에 성공한 장기이식 전문벤처기업 (주)엠젠바이오의 박광욱 대표이사는 「생명복제기술과 바이오장기」에서 "복제 단계에서 형질전환된 체세포를 이용해 형질전환복제돼지를 생산하면 특정 유전자를 주입하거나 제거하는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렇게 유전자가 조작된 복제 동물을 통해 고가의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종간 장기이식을 할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해 바이오장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미국에서는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할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2003년 이 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해 81일간 생존했다는 보고가 있다. 그는 "돼지 장기는 생리적 특징이나 크기가 인간 장기와 유사해 바이오장기 개발에 적합하다"며, "앞으로 5년 안에 돼지 각막이나 당뇨병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 돼지 췌장 세포의 인체 이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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