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상윤 기자

한국문예학술저작협회는 지난 7월 SBS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시인 조지훈씨의 ‘사모’ 등 72편의 시와 수필, 소설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협회는 “저작물을 사용하려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고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방송사가 음악에 대한 사용료는 지불하면서 시, 수필 등 어문 저작물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통적 인쇄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을 등한시하던 방송사들의 인식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지난 18일(화)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회장:김정흠) 주최로 ‘저작권 계약상의 문제점’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지적 재산권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작물 이용권자와 저작자 사이의 불평등한 계약으로부터 저작자를 보호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날 세미나는 다소 딱딱한 ‘법’을 다룬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음반업계 관계자, 출판업자, 저작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저작권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서달주씨는 주제문 「독일 개정 저작권법과 저작자의 지위 강화」를 통해 “저작물 이용료가 저작자에게 불리할 경우 저작자는 이용권자에게 계약 변경 요구를 할 수 있고, 관련 계약의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저작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돼 있다”며 최근 개정된 독일 저작권법을 예로 들어 저작자 지위의 향상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이상정 교수(경희대 법학부)는 “우리 법은 저작권 계약 체결에 별다른 양식을 요구하지 않아 저작자가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영국, 독일 등과 같이 서면 계약을 법제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계약 사항은 복제권, 배포권, 대여권, 방송권, 공연권 등 세분화해 작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권과 저작 재산권(저작물을 복제, 배포, 방송, 공연을 할 수 있는 권리)을 분리해 저작자가 저작 재산권의 일부를 양도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용권자들이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권자로부터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의 노력은 방송사,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8월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저작자 권리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옥천군이 ‘정지용 사이버 문학관’을 설립해 정지용 시인의 작품 227편을 게재하자, “사이버 공간에 작품을 무단 전재하는 것은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맞선 것이다.

 

문학 작품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중파와 인터넷을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넘나들었고, 특히 인접한 법적 권리 문제가 날로 복잡해지는 음악의 경우 저작권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식은 무정부주의에 가깝다.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먼 법이란 영역에 있는 저작권 문제는 문예협의 지적이 없었다면 아마도 유야무야 되지 않았을까. 저작권 문제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문예협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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