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나비

신범순 지음┃현암사┃2만 5천원

조선총독부 건물의 설계자, 제9회 조선미전에 입선한 화가, 최신식 카페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우리가 흔히 ‘괴팍한 천재 시인’으로 알고 있는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 37)의 색다른 모습들이다. 이상은 원래 건축가였고 물리학`ㆍ기하학ㆍ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었다. 이상은 이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만의 특유한 사상을 정립했다.

신범순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나비』에서 이상의 시를 정밀하게 분석해 그의 사상을 재구성한다. 기존의 이상 연구가 그의 난해한 작품세계를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문학작품으로 표현된 이상의 ‘사상’에 주목한다. 저자는 동서를 넘나드는 참고문헌들과 방대한 양의 사진ㆍ그림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이상의 초상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상 사상의 핵심으로 ‘삼차각 이론’을 꼽는다. 삼차각이란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더 높은 차원에서 하나로 묶이게 되는 지점을 향한 각도’이다. 저자는 이상의 시 「삼차각 설계도-선에관한각서(1~7)」을 분석해 이 삼차각을 찾아낸다. 그에 따르면 이상은 ‘하나로 묶이는 지점’을 ‘자연의 힘’이 모이는 곳으로 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통합적 사고를 통해 이 힘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자연을 파괴해 온 이성 중심의 ‘역사시대’를 비판하는 것으로 신 교수는 이것을 이상의 ‘근대초극사상’이라고 칭한다. 이 책의 부제가 ‘역사시대의 종말과 제4세대 문명의 꿈’인 까닭이다.

신범순 교수는 “이상은 20세기 초반에 이미 끈이론과 같은 우주적 통합사고를 제시했다”며 그를 ‘시대를 앞서간 천재’로 평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상의 사상적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근대의 사유들이 풀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상의 사상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례를 찾기 어려운 본격적인 이상 연구서 한 권이 이상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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