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음악과 인접학문 ③음악과 미학 - 오희숙 교수(음대ㆍ작곡과 이론전공)

▲ 슈토크하우젠(K. Stockhausen)의 「세 명의 연주자를 위한 레프레인」- 20세기 아방가르드 경향에서 나타난 이 작품은 악곡에서 연주자가 독자적으로 작품의 진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결과적으로 매번 곡이 다르게 울리는 방식으로 연주된다.
음악이란 무엇일까? 음악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음악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어떤 근거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음악에 대해 진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던지게 되는 이 질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음악을 연구하는 중요한 관점 중 하나였다. 음악의 본질, 아름다움, 가치의 문제는 음악의 창작ㆍ연주ㆍ청취 등 실제적 음악활동에 직접적으로 결부됐으며, 음악에 대한 본질적 이해에서도 핵심적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음악미학은 바로 이러한 음악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시도하는 분야로서, 음악과 미학, 좀 더 포괄적으로 보자면 음악과 철학이 상호 영향을 미치며 연구되고 있다. 이 두 분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아름다운 소리의 예술’인 음악이 어떻게 탐구되고 있는가를 여러 방향에서 추적할 수 있다.

먼저 예술에 대한 다양한 미학적 담론은 음악의 본질을 설명하는 틀을 제공했다. 가장 오래된 미학 이론 중 하나인 모방미학을 살펴보자. 예술은 자연 또는 외부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고대 그리스 플라톤으로부터 시작해 예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시각으로 자리 잡아왔다. 주로 시각예술에 관련됐던 이러한 모방론은 음악에도 적용됐는데, 음악에서는 무엇보다 인간의 감정을 제2의 자연으로 보고, ‘감정의 모방’을 음악적 이상으로 설정하게 됐다. 이러한 견해는 특히 바로크 시대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분노 등의 감정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음악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의 문제가 음악의 미학적 이론(감정이론)과 창작 실제(바흐, 비발디, 몬테베르디 등)에 중심을 이룬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철학자들의 논의는 음악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게 됐다. 자신의 철학적 관점에서 음악을 논한 칸트ㆍ헤겔ㆍ셸링ㆍ쇼펜하우어ㆍ니체ㆍ블로흐ㆍ하이데거ㆍ키비 등의 관점은 중요한 음악미학적 이론을 전개시킨 것이다. 『판단력 비판』에 나타난 칸트의 미학 사상이 음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절대음악 미학의 기반을 주었다면, 쇼펜하우어는 “작곡가는 이 세상의 가장 내면적인 본질을 보여주고, 그의 이성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가장 깊이 있는 지혜를 드러낸다”며 음악의 형이상학적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바그너에서 큰 영향을 받았던 니체는 쇼펜하우어식의 형이상학적 미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음악과 연결시켜, 낭만주의 음악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

20세기 이후 현대 음악에서도 미학과의 밀접한 상호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철학자 아도르노가 쇤베르크 음악에 경탄하며 “위대한 음악의 철학적 유산은 이 유산을 업신여기는 사람에게만 상속된다”라고 주장해 무조음악의 미학적 정당성을 확고하게 뒷받침해주며 모더니즘적 음악의 대부 역할을 했다면, 리오타르ㆍ데리다ㆍ푸코 등에 의해 새롭게 대두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은 20세기 후반에서 최근에 이르는 음양식적 다원주의와 인용음악, 크로스오버 등의 새로운 경향과 맞물려 음악적 포스트모더니즘 미학 이론을 구축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출발한 예술 창작론은 20세기 다원화된 음악양식을 연구하는 새로운 미학 경향인 음악시학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이렇듯 ‘음악미학’ 분야는 음악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전개시키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되는 음악의 가치와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음악이 정신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까요? 사유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것을? 사람들이 음악가가 되면 될 수록 더욱 철학자가 된다는 것을?” 니체의 말처럼, 음악과 미학, 음악과 철학의 그 섬세한 관계는 기대 이상으로 밀접하며, 음악과 그 아름다움의 세계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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