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민당ㆍ녹색당 집권 후 목표 상실, 학생운동은 침체

'독일 학생들의 생활’에서는 학과와 동아리 생활이 거의 없는 독일 대학의 특징과 독일 학생들의 경제생활을 살펴본다.  그리고 따로 다룰 수 없었던 통일 후 대학의 변화 모습에 대해 다룬다.

▲ 뮌헨대의 신입생 대상 전공 설명회 모습 ASTA(Allgemeiner TudentenAusschuss)는 독일 대학에서 총학생회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 좌파 카페 ‘콜랩스(collapse)’ 괴팅엔대의 사회대 건물 구석에는 조그만 카페가 하나 있다. 소파에는 약 50살은 돼 보이는 아저씨와 학생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괴팅엔대의 ‘좌파 카페’인 콜랩스다. 이 카페는 ‘자본주의의 붕괴’라는 collapse와 ‘함께 연구한다’는 co-labs란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주로 좌파 계열 학생들이 모이지만 누구나 들어와 모르는 사람과도 자유롭게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사진의 남자(우)는 68혁명 때부터 지금까지 약 70학기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볼프강으로, 그는 지금도 등록금 투쟁이나 반전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대학의 공간 부족으로 인해 이 공간을 경제학과에 내줘야 하는 실정이다. 

사회에 열린 학생 생활

학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 뮌헨대에서 ASTA(학생회)를 비롯한 각 학과 사람들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 어리둥절한 신입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공을 설명하며, ‘KEINE PANIK’(동요하지 말 것)이란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독일 대학생들의 특징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식 선배와 후배 개념은 독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대학과 달리 독일 대학에서는 학과별로 환영회를 갖거나, 엠티를 가는 등 학과 학생들끼리 공유하는 생활은 거의 없으며, 물론 과방도 없다. 고미술학 전공처럼 전공 학생 수가 비교적 적은 일부 학과에서는 일정 기간마다 학과 사람들이 모이는 조촐한 자리를 갖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전공하는 학생수가 3천명에 달하는 철학 전공 등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다. 대신 친해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이 같은 전공인 경우도 많지만, 학년 구분이 뚜렷하거나 커리큘럼이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전공이 아니더라도 어울리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 대학과의 또 다른 큰 차이는 동아리가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종교 동아리나 오케스트라 등의 몇몇 동아리를 제외하고는 대학 내에 동아리가 발달해있지 않다. 베를린훔볼트대에서 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메릴은 “대학 안에는 정치 조직, 종교 조직, 그 외 취미를 위한 조직 등 세 분야의 조직이 있는데, 학생들 중 어느 한 조직에라도 속해있는 사람은 약 5%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학과 생활과 동아리 활동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이 독일 학생들이 공부 이외의 활동을 안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안 하는 대신 독일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 여러 활동을 한다. 학교 바깥에서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후 대학 졸업 후에도 활동이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활동은 비단 취미활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전공에 관련된 실습과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독일 대학에는 캠퍼스라는 개념이 희미한 셈이다. 윤현선씨(뮌헨대ㆍ독문학)는 “이는 물리적으로 건물이 시내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 시내와 대학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심리적으로도 대학과 사회가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숙사에서 파티나 영화상영이 있으면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다.

 

학생운동 모습

최근 독일 대학의 가장 큰 정치적 문제는 등록금 문제와 이라크전 반대이다. 2003년 1학기 베를린에서는 약 3천명의 학생들이 등록금 도입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학생 운동은 단대별로 구성된 학생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윤현선씨는 “한국과 비교해 볼 때 운동을 중점적으로 하는 사람의 수는 독일이 더 적지만 집회 등에 참여하는 전체 사람 수를 보면 독일이 더 많다”고 말한다. 각 학교들에 정당학생회가 발달해 있는데 여기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직접 정계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독일의 학생운동이 활발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베를린자유대 외국인담당처 기비안 소장은 학생운동이 추구했던 가치인 환경운동, 평화운동, 좌파운동 등이 녹색당과 사민당이 여당이 되고, 동독을 포함한 공산세계가 무너짐에 따라 목표를 잃었다고 말한다. 급격히 악화돼 가는 경제 상황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기비안은 “한 때 총장 선거에서 반 수의 표를 가졌던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거에도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탈정치화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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