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대학생들의 동거문화를 바라보며
기고 - 대학생들의 동거문화를 바라보며
  • 대학신문사
  • 승인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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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결혼의 보완이자 대안

“대학생 자녀들 부모랑 떨어져 살면 여름방학엔 둘이 집으로 오고 겨울방학엔 셋이 온다면서요?”, “요즘 대학생들은 동거가 아니라 혼거랍디다.”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인기와 더불어 동거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개인적으론 동거에 대한 기본적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를 탐탁찮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입장을 표명하라면 “조건부 찬성”에 표를 던지련다.

 

찬성 앞에 조건부를 붙이는 것이 사랑 앞에 수식어를 붙이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게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찬성 조건을 명시한다면 무엇보다 경제적 독립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 만큼 경제적으로 기생적(파생적) 지위에 머물러 있는 대학생의 “부모 몰래 동거”는 반대다. 다음 조건으론 결혼 및 가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고려한 다음, 적극적으로 선택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별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호기심에서, 일단 동거를 시작한 다음 “살아보고 결정하겠다”는 자기 정당화는 분명 반대한다.

 

지금까지 동거 커플을 향한 사회적 시선 속엔 결혼식 치를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눈 맞춰 사는 것,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는 이들의 비상식적 행위, 아니면 떳떳하게 결혼할 수 없는 “부적절한 관계” 등 고정관념과 편견이 다량 녹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동거에 대한 무지를 반영하는 동시에, 기존 결혼제도에 편입된 다수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소수를 향한 비합리적 단죄일 가능성이 있음을 기억할 일이다.

 

동거 커플이 기존의 결혼 및 가족제도를 향해 던지는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경제적 독립과 정서적 성숙에 이른 성인 남녀가 굳이 동거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혼의 제도적 부담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이혼의 최대 원인은 바로 결혼이라 하지 않던가! 부부든 연인이든 관계의 단절이 야기하는 고통과 회한은 별반 다르지 않을진대, 굳이 부부만이 이혼이란 낙인을 위시하여 과중한 위험부담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강변이다.

 

더불어 한국적 맥락에서 동거에 대한 유혹은 부계혈연중심 가족이 야기하는 비합리적 관계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우리 가족은 “무늬만” 핵가족일 뿐 실제로는 시댁(본가)의 입김과 친정(처가)의 간섭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에, 둘 만의 친밀한 공간 속에서 자율적 시간 활용이 가능한 동거가 유혹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단, 동거에도 함정은 있다. 동거 커플 역시 위기 및 갈등상황에 직면하게 마련인데 이를 결혼이 해결해 주리라 믿는 신화에 빠져 결혼을 서두르다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가 다반사요, 부모됨이 우연(by chance)으로부터 선택(by choice)으로 화한 오늘날, 원치 않는 임신 역시 불행한 결말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난제 중의 난제로 작용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식 동거는 결혼의 보완책으로서 결혼 전 거쳐 가는 정류장이요, 유럽식 동거는 결혼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일상에도 적극적 동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면, 편견과 고정관념을 고수하기보다 동거의 장ㆍ단점을 충분히 논의한 후에, 의미 있는 “동거 문화”의 정착을 위해선 어떠한 사회적 지원과 가치 및 규범이 필요할 것인지, 중지를 모으는 것이 더욱 현명하리라.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ㆍ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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