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강의실에서 이러한 발언이 행해진다는 말인가? 서울대 내 성적소수자 단체가 생긴 지 12년이 됐다. 그럼에도 이번 법대 교수의 발언은 성적소수자에 대한 학내 인식이 아직도 얼마나 낙후했는지를 보여준다.

동성애는 한 개인의 감정 혹은 선천적 지향의 문제일 뿐, 도덕적이나 윤리적 평가 대상이 아니다. 동성 간의 사랑과 결합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으며, 당사자들의 행복 추구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한 동성애에 씌워진 편견과 억압의 굴레는 마치 여성들에게 씌워져 있던 굴레와 마찬가지로 벗겨져야 할 것들이다. 때문에 동성애가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는 교수의 발언은 그 자체가 명백히 편견에 기반한 차별인 셈이다.
그런데 해당 교수는 여기에 덧붙여 ‘동성애 감염’과 “손 들라고 해도 못 들겠지”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동성애는 개인을 구성하는 하나의 정체성일 뿐,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유행성 질병이 아님에도 상식조차 무시한 교수의 그런 발언은 동성애에 대한 비합리적인 공포와 비하를 드러내고 있다. 무지에 기초한 이 같은 언행을 과연 대학 강단에 선 지성인의 것으로 볼 수 있는가.

더구나 반론하고 싶은 학생이 있어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이 교수로서 가진 권위를 이용해 그 공간에 존재하는 동성애자 학생을 이중으로 철저히 모욕하는 언어 폭력이다. 우선 학생은 수업 내 권력 관계의 하단에 위치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신분이기에 교수에게 쉽게 반론을 제기할 수 없으며, 만약 그/녀가 동성애자라면 아웃팅의 위험으로 더욱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수의 발언은 이 모든 것을 인식하고서 교실 어디엔가 존재할 그/녀에게 던지는 조롱이다.

해당 교수는 동성애를 ‘법적으로 규율할 수 없지만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사례로서 수업뿐 아니라 자신의 교재에서까지 다루고 있다고 한다.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소수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과 저술에 대해 사과 및 정정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학내에서 이러한 동성애혐오증이 다시 공론의 장에 발붙여서는  안될 것이다.

 성적소수자 동아리 ‘Q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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