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질 들뢰즈 지음┃박정태 편역┃이학사┃ 3만원


지성과 반역을 동일시했던 철학자 질 들뢰즈. 최근 몇년 동안 그의 거의 모든 저작이 번역됐고 노마디즘(유목주의) 논쟁 등으로 그는 국내 철학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이름과 사유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의 넓은 사유범위와 까다로운 개념은 많은 혼란을 낳기도 했다.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는 들뢰즈의 사유를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소논문 22편을 엮어 만든 입문서다. 들뢰즈는 단행본 저작 외에도 철학 저널이나 신문에 논문, 서평 등 많은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소논문들은 들뢰즈 사유의 씨앗을 집약해 보여주며, 그의 저서를 읽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이는 이후 본격적인 사유가 전개되는 들뢰즈의 대표 저서 『차이와 반복』과 『천개의 고원』(펠릭스 가타리 공저)의 철학적 기반을 형성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들뢰즈는 여러 철학자의 텍스트를 충실하면서 동시에 그만의 ‘독특한’ 해석을 더했다. 예컨대 「플라톤주의를 뒤집다」에서는 주류 철학사의 기원으로 플라톤 철학을 지목하고 이를 재해석하며 비판하기 시작한다. 이어 그는 「스피노자와 우리」, 「유목적 사유」 등에서 자신의 사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 등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보여준다. 역자는 이렇게 22편의 소논문을 철학사의 흐름에 맞춰 배열해 들뢰즈식 철학사를 재구성한다.

파리8대학에서 들뢰즈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역자 박정태씨는 “들뢰즈의 사유는 엄격하게 방향이 잡힌 해석상의 일관성을 보여준다”며 “선대(先代) 철학자들에 대한 초기의 글들은 들뢰즈의 사유에 익숙해지는 길을 마련하고 동시에 다른 철학자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찰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 “철학사는 회화의 한 장르인 콜라주(collage)의 역할과 아주 유사한 역할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철학사란 곧 철학 자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들뢰즈가 다시 만들어낸 ‘플라톤부터 자신까지의 철학사적 콜라주’를 역자의 자세한 주석과 해제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구성된 철학사적 콜라주는 이 책의 부제 ‘생성과 창조의 철학사’와도 일치한다.

※콜라주: 화폭에 신문지, 깡통 등 여러 재료를 붙이는 표현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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