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상행위의 기준인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아 지방마다 쓰는 자와 추, 통의 크기와 무게가 달랐다고 한다. 서민들이 관아에 세금을 바치고 거두고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착오가 있을 수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적으로는 컴퓨터, 통계기법 등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제도적으로도 지난 7월부터 도량형 표기 통일 정책이 시행돼 평, 돈 등 비법정 계량단위의 사용이 금지된 현재는 어떨까? 어이없게도 올해 우리정부의 세수가 당초 목표치보다 11조여원이나 더 걷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2007~11년 세수추계 및 세제분석 자료에 따른 것이다. 올해 국세수입 목표치는 총 158조여원으로 당초 예산안에 반영된 국세수입 목표치인 147조여원보다 11조여원이나 많다는 것이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반회계 국세수입은 목표치보다 7.8% 늘어난 152조, 특별회계 국세수입도 6조여원으로 6.4%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재정경제부가 상반기 재정수지를 무려 17조여원이나 잘못 계산한 일도 있었다. 당시 재경부는 상반기 재정 지출 규모가 131조여원이라고 했지만 약 보름 후인 9월 7일 113조여원으로 수정 발표했고 통합재정수지는 6조여원 적자에서 11조여원 흑자로 바뀌었다. 재정통계가 엉망이 되면서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고 국민의 비난도 잇따랐다.

자그마한 가정의 경제도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예측해서 한해의 살림을 구상하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살림살이가, 그것도  11조원이나 되는 액수가 목표치를 초과해 거둬졌다는 것은 일반 시민의 상식으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고 과연 이러한 큰 규모로 세수의 오차가 생길 수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작년 12월 31일이 공휴일이어서 약 3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올해로 이월됐고, 부동산 실거래가 과세확대로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부동산 매매가 증가하면서 양도소득세 세수가 급증하고 소득세와 법인세의 자진납부율도 증가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떻게 이같은 예측 불허의 세무정책이 가능한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

틈만 있으면 ‘규모의 경제’를 내세우고, 계획적이며 예측 가능한 경제활동을 강조하면서도 이렇게 큰 규모의 세수오차를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최성목 기계항공공학부·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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