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균 교수(사회대 정치학과)

최근 대학문제와 관련하여 단연 화두에 오르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는 대학 자율성 문제다. 그런데 대학 자율성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학문 연구와 교육을 통한 사회발전과 인류의 행복 증진에의 기여와 같은 대학 존립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의를 지닌다. 그러므로 대학 자율성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대학 자율성 그 자체를 절대화해서는 안 되고, 대학 존립의 진정한 목적의 실현에 기여하는 대학 자율성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가 시작된 이후 대학 자율성 문제와 관련하여 대학에서 애초에 터져 나온 것은 대학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교수들의 목소리였다. 이에 힘입어 여러 대학에서 그간 대학 민주주의가 크게 진척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그간 성취한 대학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평교수들의 발언권이 약해지는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학 민주주의를 결정적으로 후퇴시킨 것은 사학재단에게 전권을 주다시피 한 사학법 개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가장 큰 목소리로 대학 자율성을 외치고 있는 이들은 사학재단들이다. 재단 전횡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속내다.

국립대 법인화 문제도 중요성을 지닌다. 정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명분의 하나로 대학 자율성 보장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인화된 대학의 운영 책임을 이사회가 맡을 경우 대학 민주주의가 지금보다 더 후퇴할 것임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게다가 정부가 재정자율화 등을 주요한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대학을 시장주의적 원리에 따라 운영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국립대 법인화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하고 대학을 시장과 자본에 한층 더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대학 자율성은 권력의 부당한 간섭 배제만이 아니라 자본과 시장으로부터의 학문연구와 교육의 자유 확보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대학 자율성의 문제를 후자와 관련시켜 논의하는 목소리는 대학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학은 이미 자본과 시장에 의해 포획되어 버린 것인가?

대학 자율성 문제와 관련, 최근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은 대학입시 자율화 문제다. 이 문제와 관련, 서울대 교수협의회조차 입시정책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라고 큰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그러나 대학이 어떤 입시정책을 취하는가는 초중고 교육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입시정책을 전적으로 대학에 맡기라는 주장은 애초부터 무리한 주장이다. 게다가 그간 여러 대학에서 터져 나온 입시자율화 요구는 대체로 대학 이기주의적 요구의 성격이 강하다. 자기이익의 추구가 자동적으로 타인과 사회 전체의 이익의 증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건만 자기이익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행위가 대학 자율성 확보를 명분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학 자율성 요구가 대학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대학을 시장과 자본에 한층 더 종속시키며 대학 이기주의의 발호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민주주의의 신장과  교육의 공공성 증진에 기여하는 대학 자율성은 불가능한가?  지금은 대학 자율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성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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