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보고서의 계절’

디지털 세대’인 요즘 학생들은 글을 못 쓴다? 단지 문법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대학사회에서는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물론 기본적인 사고력과 직관력, 창의력 쇠퇴도 포함해서다. 10월, 바야흐로 ‘보고서의 계절’이다. 학생들의 글쓰기에 나타난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알아보자.

◆자신만의 시각이 글에 드러나야=학생들의 보고서에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자신만의 생각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최권행 교수(불어불문학과)는 “학생들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정답’을 찾으려는 경우가 많다”며 “‘지적권위’에 주눅 들지 말고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독창적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현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학생들이 학점에 집착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며 “강의 시간에 교수가 다룬 시각과 관점을 그대로 따르지 말고 자신의 해석이 뒷받침된 글을 쓰려고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김임구 교수(독어독문학과)는 “학생들의 글에 독창성이 결여된 것은 독서량이 부족해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타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후에야 자신만의 생각이 나올 수 있다”며 “독서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오순희 교수(독어독문학과)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등 어떤 대상을 자신의 전공과 관련시킨 글이 참신했다”며  “전공을 바탕으로 독자적 세계관을 키울 것”을 강조했다.

◆긴 호흡의 글쓰기 어려워해=오순희 교수는 “학생들이 글의 분량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인터넷 ‘리플’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요즘 세대들은 긴 호흡의 글쓰기를 어려워한다”고 지적했다. 한상진 교수(사회학과)는 “보고서를 받아보면 특히 긴 분량의 글에서 글의 통일성이 떨어진다”며 “한 번에 글을 쓰지 말고 여러 번 고쳐 나가야 일관된 맥락의 글을 작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임구 교수는 긴 글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유연상법’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지 말고 자유롭게 글로 괴발개발 써내려가라”며 “주제어를 파악해 이를 유기적으로 구성하면 글의 통일성이 확보되고 분량 문제도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병기 교수(기초교육원 전임대우)는 “분량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대부분 적은 내용에서 글을 늘려 나가는데 이는 논지를 흩트리기 마련”이라며 “정해진 보고서 분량의 2~3배는 써서 줄여가야 통일성 있는 글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빈번이 발생하는 문법 오류 피해야=학생들은 과제로 부여된 ‘보고서’가 서평, 감상문, 보고문, 논술문, 소논문 중 어떤 성격의 글에 해당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1차적 오류를 종종 저지른다. 정병기 강사는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교수가 어떤 종류의 과제물을 요구하는지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임구 교수는 학생들의 보고서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구어체의 사용이 많으며 문장 호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비문이 두드러지고, 상황에 맞는 적확한 단어를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또 “문장과 문장 사이의 논리 비약이 심하다”면서 “특히 정서에 호소하는 오류가 자주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본적 오류에 대해 기초교육원의 글쓰기 교수들은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이/가’와 ‘-은/는’의 혼동이 잦은데, 새로 등장하는 개념에는 주격조사인 ‘-이/가’를 쓰고, 앞의 말을 받을 때는 ‘-은/는’을 써야 한다. 또 문장에 주어가 필요한 경우에도 없을 때가 많다. 존댓 말이나 감정적 표현을 삼가고, 1인칭 대명사인 ‘나’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써야 할 때는 ‘필자’로 쓴다. ‘읽혀지지 않는다’와 같은 이중피동은 잘못된 표현이다. ‘읽히지 않는다’가 맞다. 또 사이시옷이나 ‘-율/률’ 등 기본적인 맞춤법과 ‘한 개’ 등 띄어쓰기에 대해서 숙지해야 한다.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저하하는 요소=핵심교양을 강의하는 교수 대부분은 학부생들에게 부과되는 지나친 ‘보고서’ 과제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개수가 강의평가의 기준이 되면서 교수들은 글쓰기 과제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단지 많은 편수의 글을 쓰는 것은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한 학기에 좋은 글 하나만 써도 글쓰기 능력 배양과 강의의 목표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인터넷의 ‘리포트뱅크’ 등에서 구매한 보고서로 짜깁기하는 부정행위도 글쓰기 실력을 저하시키는 요소다. 학생들이 ‘리포트뱅크’에서 보고서를 사고 파는 행위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병기 교수는 “학교 자체적으로 데이터뱅크를 구축하는 등 학생들의 보고서 매매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iniesta@snu.kr
 정혁성 기자 easycode@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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